한·중·일 3강 구도로 형성된 세계 TV시장에서 일본이 밀려나고 있다. 향후 TV시장은 국내 삼성전자·LG전자가 지배력을 높이는 가운데 중국 업체가 도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10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일본 소니는 1분기 5.6% 판매 점유율로 업계 순위 5위로 내려 앉았다. 소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난 수년간 3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올 들어 점유율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4분기 8위를 차지했던 샤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9위였던 파나소닉도 10위로 순위가 밀리는 등 일본 업체 부진이 두드러진다. 일본 TV산업 추가 구조조정이 임박했다.
업계는 이 현상을 일본 TV산업 몰락으로 관측한다. 일본 TV산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 밀리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중국에도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일본업체 TV판매량은 20% 선이 붕괴됐고 올 1분기에는 더 가파르게 위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렵게 버티던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절대 판매량보다는 틈새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TV사업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한번 내려간 점유율을 단기간 내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TV시장 3강으로 꼽혀왔다. 세계 TV 70~80%를 3개국이 생산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넘을 수 없는 상대로 인식됐던 일본 TV산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주력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 ‘한·중·일 TV삼국지’로 불렸던 글로벌 TV시장 재편도 임박했다.
중국업체 도전속 삼성·LG 위상 더 강화될 듯
일본 업체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TV시장은 향후 ‘한국-중국’ 간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됐다.
최근 수년간 TV산업은 치열한 업체 간 경쟁 속에 수익이 떨어져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패널 공급부족도 나타났다. 패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TV시장 글로벌 1, 2위 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TV사업에서 올해 1분기 적자를 낼 정도였다. 일본 제조사의 올해 전략 수정은 ‘TV 치킨게임’이 조만간 마무리될 신호라는 해석이다.
일본이 밀려나고 있지만 중국 공세는 확대될 전망이다. 큰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업체는 이제 국경을 넘어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 창홍, 콩카 등 여러 업체가 TV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브랜드’가 약한 중국 제조사가 일본의 브랜드만 사들여 마케팅에 나서는 일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LG의 TV시장 지배력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 경쟁국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에겐 분명한 기회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중국에 비해 브랜드 가치, 기술 등 여러 면에서 확실한 우위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서는 삼성과 LG의 위상은 더 좋다. 지난해 전체 TV 판매량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점유율은 37.1%였다. 하지만 1000달러 이상 고가 TV 판매대수에서는 48.9%를 차지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에서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최근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업체 TV사업 확장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맞서고 있다”며 “일본 업체가 위축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에 강점을 확보한 삼성과 LG가 더 큰 기회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1]TV시장 연도별 국가 점유율 추이(단위:%, 판매량 기준)
*자료:IHS(디스플레이서치)
[표2]1분기 TV시장 10대 기업 순위변화(단위:%, 판매량 기준)
*자료:위츠뷰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