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핀테크 활성화 길 열렸다`

‘비대면 금융거래,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 전문은행.’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세운 금융혁신 3대 키워드다. 취임 당시 금융업계 글로벌 화두인 핀테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게 임 위원장 의지다.

[이슈분석]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핀테크 활성화 길 열렸다`

세 가지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3대 키워드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하려면 은산분리 완화와 비대면 실명확인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걸림돌은 거의 제거됐다. 지난 2002년, 2008년 실패경험을 가진 인터넷은행 도입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인터넷은행 설립 등 핀테크 산업 필수 요건인 비대면 실명인증 허용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방안’ 세부 추진계획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현재 도입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연내 도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비대면 실명확인 도입은 인터넷은행 설립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내 핀테크 산업 일대 전환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넷은행 도입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면채널 부재로 인한 고유 리스크 관리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되면 대포통장 등 금융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그동안 대면 실명확인에도 불구하고 차명거래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다. 실제 자금세탁 의심거래로 보고된 건수도 2002년 275건에서 2013년 37만8742건으로 급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출심사와 사후 모니터링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은행에 비해 심사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국내외에서 검증된 실명인증 방식을 혼용한 다단계 비대면 실명인증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자적 실명확인, 영상통화, 기존계좌 정보 등 복수 단계를 거치는 한편 은행권 최초 진입자나 비거주자 등은 기존 이용자에 비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위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신분증 사본 확인, 영상통화, 우편 확인, 기존계좌 검증 등을 유력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이 중 2~3단계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헬로뱅크(실명확인증표 제출+영상통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미국, EU, 일본 등 비대면 실명인증을 허용한 해외 주요국이 시행 중인 방식도 모두 후보군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검증된 기술이나 사례를 중복 도입해 2중,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검토되는 해외 사례는 대략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먼저 실명확인증표 제출(신분증 진위 여부 확인)은 높은 고객 편리성과 증표·사진·주소 등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금융실명법도 충족한다. 실제 많은 나라에서 채택한 방식이다. 반면 해당 증표를 정당하게 소지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주민등록증 외에는 아직 진위 확인이 부정확하다는 단점이 있다.

영상통화는 고객의 얼굴대조, 개인정보 질의·확인이 가능해 높은 신뢰성과 책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에서도 적용된 사례다. 영업시간에만 가능하고,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제약되며 담당직업이 필요한 고비용 구조라는 점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터넷은행에 적합하지 않다.

접근매체 전달 시 확인은 집배원이나 위탁업체 직원이 실명확인 증표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고객 불편 없이 실질적 대면확인이 가능하고, 낮은 비용으로 활용 가능하다. 배송 시간과 집배원이나 위탁업체 직원 책임성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기존계좌 활용은 타 금융회사에 개설된 대면 실명확인계좌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기존 실명계좌를 활용해 간편 인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폭넓게 쓰인다. 공인인증서 유출 시 타인 계좌접근이 가능하고, 범죄 이용 시 단기간에 복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현재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은행과 시험적으로 적용해보고 부작용도 점검하려면 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이르면 연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