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4)우리 아이 시간 지키는 습관 글로벌 매너

[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4)우리 아이 시간 지키는 습관 글로벌 매너

옛날에 한 소년이 현자에게 물어보았다. “오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자는 대답했다. “하루에 한 시간씩만 일찍 일어나거라. 그럼 너는 2만 9,200시간을 더 사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모든 인간이 가장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재산’은 시간이 아닐까. 그래서 이 ‘시간’이라는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의 시간 관리의 시작이자 기본은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습관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매일 5분씩 지각했던 아이가 있다. 지금은 4학년이다. 이제 혼자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가는데, 여전히 지각을 한다. 더도 덜도 아닌 꼭 5분을 말이다.

그 아이가 지나가면 “야, 00이 간다. 지각이야. 뛰어!”라고 친구들이 얘기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아이 본인은 어떻겠는가. ‘나는 원래 늦는 아이야’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지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알 수 없는 창피한 감정까지 갖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등교 시간은 8시 40분.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7분. 아이는 4년 내내 왜 지각을 하게 된 것일까? 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1학년 때, 지각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지각은 한번 습관이 들면 절대로 고치기가 어렵다. 몸과 마음에 함께 각인되기 때문이다. 지각하는 아이가 어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할 때는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제일기획 재직 시절에 늘 10분 일찍 출근하는 신입사원이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넘자, 그 사원은 성실하다는 소문이 났고 6개월 후에는 “그 사원한테 맡기면 책임지고 다 해네”라고 얘기됐다. 결국 3년 후에는 특진을 했고, 지금은 모두가 선망하는 지역의 주재원으로 나가 있다. 출근 시간은 8시였는데 직원의 5%가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 90%가 8시 정각, 5% 정도가 지각을 했다. 지각 시간은 겨우 1~5분 정도 늦는 것. 결국 10분 일찍 온 사원과 지각하는 사원의 차이는 겨우 ‘11분’일 뿐인 것이다.

매일 3분 지각하는 사원이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3분 일찍 나오면 될 텐데 매일 3분을 늦어서 허리 숙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비굴하게 눈치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같이 일한 3년 내내 그런 것 같다. 선배들은 “지각도 습관이야, 그 사원은 퇴사할 때까지 지각할거다”라고 나무라곤 했다.

사람의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처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본인 스스로도 무의식중에 그 습관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시간을 지키는 습관은 글로벌 기본 매너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공부했을 때의 일이다. 같은 반에 Theresa라는 스페인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나이 22세였다.

수업이 끝나고, 그 친구와 학교 도서관 앞에서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원래 약속 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있어 어떤 사소한 약속도 늦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리고 그 날도 2시에 맞춰 나갔다. 아니, 맞춰 나갔다고 생각했다. 시계를 보니 2시 3분.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 왔구나’ 생각하며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스페인 애들은 원래 좀 늦지’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30분 동안 지나가는 친구들을 만나면 혹시 Theresa 본적 없냐고 계속 물어보면서 기다렸다.

1995년 당시에는 그 흔한 휴대폰조차 없었다. 기숙사에 찾아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막연히 30분을 서 있었다. 그리고 할 수 없이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웬일인가! 그 친구가 떡 하니 기숙사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3분밖에 안 지났는데 설마 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 입장에선 황당해서 물었다. “나 30분 동안 너 기다렸는데 어떻게 된 거야? 우리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잖아!” 그 친구는 무표정한 얼굴로 “I went there 2 o’clock and you were not there, so I came home. That’s all(2시에 갔었는데 네가 없어서 그냥 기숙사에 왔어. 왜 화내?).”

“나 거기 2시 3분에 갔는데. 다른데도 아니고 학교 안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분도 못 기다려?”라고 언성을 높여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No, you were not there at 2 p.m(아니, 너는 2시에 없었잖아).”라고 태연하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내가 안 오길래 뭔가 다른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3분이지만 내가 늦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화도 내지 않았다.

‘이게 문화적 차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친구에게 크게 배운 점이 있다. 스페인은 약속 시간에 늦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그러나 그런 사고의 스페인에서 조차도 어떤 사람은 약속 시간은 칼같이 지킨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스페인 사람들이 약속 시간에 늦는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며, 자기는 정말 큰일이 나지 않는 한, 절대 1분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의 시간을 훔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 늦으면 뭔가 중요한 다른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늦는 것에 대해 화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약속 시간 1분의 중요성을 그 때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시간에 대한 배려도 깔려있음을 배웠다.

학교 등교 시간과 같이 중요한 약속이건, 친구와 단둘이 만나 노는 약속이건, 아이에게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남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늘 일깨워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남의 시간을 도둑질하지 않는 것은 평생을 가는 습관이고, 사회생활에서 신뢰받는 사람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며, 글로벌 매너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필자소개 / 정인아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 하고, 삼성탈레스 해외 마케팅,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일없이 살 수 없는 열정 워킹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꿈에 도전하며, 인생의 또 하나의 꿈인 딸과 아들이 꿈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대한민국의 저력은 ‘한국 엄마들’이라고 주장하며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블로그 m.blog.naver.com/inah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