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소위 블랙 기업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수많은 국가가 주 40시간 노동을 채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에는 적당한 여가를 가지면서 창조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주 22시간 노동, 1년 6개월 노동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내 문제를 분석하는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에 근무 중인 브리지드 슐테(Brigid Schulte)는 전문가 관점에서 여가를 만들어야 창의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은 수많은 국가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 동안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주 40시간 노동을 법률로 정하고 있다. 전 세계 표준 근로 시간이 12시간이던 시절 포드 창업자인 헬리 포드는 일주일에 6일, 48시간을 일하던 당시 공장 직원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였다. 토요일을 휴일로 하겠다는 결정에 경영진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녹초가 되기 전에 여가를 얻게 된 노동자는 실수가 줄었고 결국 효율성과 생산성도 향상됐다고 한다. 몇 년 뒤에는 주 40시간제는 전 세계적인 표준이 됐다.
하지만 이런 주 40시간제도 이젠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5일 근무제에서 주휴 3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자 J.M.케인스는 2030년까지 1주간 근로시간은 15시간이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 밖에 주22시간 노동이나 1년에 6개월 노동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또 정년이 38세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화이트컬러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다른 선진국보다 길다.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미권에선 아하경험(Aha! experience)이라는 말이 있다. 순간적으로 번뜩여 탄성을 지르는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할 때의 뇌는 휴식 상태에 있다. 여가 중인 사람의 뇌에선 무의식적으로 활동적인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여가를 아깝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장시간 노동이 주는 비효율성은 재검토되고 있다. 1만 시간을 연습하면 일류가 된다는 1만 시간 법칙이 만능이 아니라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덴마크를 비롯해 프랑스 등에선 매년 30일 이상 유급 휴가를 얻을 수 있다. 노동시간 초과는 물론 노동 시간 외에 업무 관련 이메일 송수신까지 법률로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한다. 국가별 연간 최저 유급 일수를 보면 미국은 제로인 반면 일본 10일, 이탈리아 20일, 스페인 22일, 영국 28일, 프랑스는 30일이다. 여가가 많은 노동제도도 효율적인 생산성을 유지한다는 게 입증되고 여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면 앞으로 법률과 보험 제도 등이 정비되는 등 노동시간은 짧아지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