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무전기는 `멀티플레이어`

[기고]디지털 무전기는 `멀티플레이어`

방송은 물론이고 통신과 금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편의성, 기능성 그리고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 아날로그 시절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제는 유통이나 제조 분야, 서비스 등 다양한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온 아날로그의 시대의 마지막 주자인 무전기 역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안정적이면서 간편한 통신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탁월한 음성 품질과 두 배로 늘어난 채널 용량, 늘어난 배터리 사용 시간,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흔히 사용돼 온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는 음성 품질을 비롯한 중대한 단점이 있다. 제한된 주파수 대역에서 하나의 음성 신호만 전달하다 보니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간섭으로 인한 노이즈까지 그대로 실어 보내기 때문에 음성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짧은 사용시간과 취약한 통신거리 역시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다. 또 일반 사용자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지만 도청에도 취약하다는 점 역시 큰 단점이다. 단순한 음성 통신만 제공하는 아날로그 무전기는 다양한 산업별 요구 사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

반면에 디지털 무전기는 탁월한 음성 품질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잡음제거(noise cancelling) 등의 추가적인 기술이 접목돼 바람 소리를 비롯한 주변 소음을 제거하고 목소리만 강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전기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음성 전달 측면에서 아날로그 무전기와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지닌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두 배로 증대된 채널 용량을 바탕으로 주파수 효율을 증가시키고, 배터리 사용시간 증가를 비롯해, 도청방지 기능 등 보안성까지 갖췄다. 보안이 중요시되는 군부대를 비롯해 전국 소방서 등 주요 안전기관이 앞다퉈 디지털 무전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조업 및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에 공급,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통화그룹 확장을 통한 효율성 증가와 데이터 송수신 역시 강점이다. 기본적인 음성통신과 업무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유기적인 작업지시서 관리, GPS 기반 위치 추적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아직 아날로그 무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을 선택해 수요에 맞게 단계적으로, 또는 일괄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존 통신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디지털 무전기의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으며, 수요에 따라 유연한 도입이 가능하다.

디지털 무전기는 그동안 경찰·소방·제조업 등 특수한 산업군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단순 음성통신 기능만 이용해 온 호텔과 리조트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다양한 업무관리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역삼동에 위치한 르네상스 서울호텔은 디지털 무전기 도입을 통해 서비스 업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호텔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내부 직원 간에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모든 고객 요청이 중앙통제센터(DTS)에 통합돼 근무자의 디지털 무전기에 일괄적으로 전달되는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최고의 고객 서비스 개선 체계를 갖춘 호텔로 거듭났다.

정부는 오는 2015년 말까지만 아날로그 무선기기 적합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019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아날로그 무전기의 구입 및 판매가 금지되는 디지털 무전기 시대가 본격적으로 예고됐다. 사전 신고와 허가가 필수인 업무용 무선국과 달리 간이 무선국은 신고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대역이다. 무전기 시장의 무려 70%를 차지하는 간이 무선국의 디지털화를 가로막고 있던 규제가 사라진 만큼 디지털 교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째 정체돼 있는 국내 무전기 시장이 디지털 무전기 보급 확대로 더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건상 모토로라솔루션코리아 대표이사 kevinchoi@motorolasolutio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