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은 강철보다 높은 인장강도를 갖춰 천연 물질 중 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공물질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건 고기능 재료로 주목 받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연과 인공 최강 물질을 혼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이탈리아 트렌토대학 연구팀이 천연 물질로는 최고 수준 강도를 자랑하는 거미줄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해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혼합을 시도했다. 이탈리아에 서식하는 유령거미과(Pholcidae)에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섞은 물을 분사해보는 실험을 했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강도 향상 효과 측정을 위해 거미 5마리를 채취해 실험했다. 그 결과 탄소나노튜브를 함유한 물을 분사했을 때에는 강도는 일반 거미줄보다 3.5배, 탄성률은 47.8GP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천연물질 중 최고치다. 또 현재 가장 뛰어난 합성섬유 가운데 하나인 케블라49를 뛰어넘는 인성을 갖춘 것이어서 지구상 최강 섬유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엄청난 강도를 보면 알 수 있듯 거미줄 표면에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을 코팅된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정이지만 거미가 탄소섬유 등을 가져와서 거미줄에 나선형으로 다듬었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구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거미줄의 가장 큰 장점은 천연 소재로는 최고 수준 강도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신축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거미줄에 응용하면 미래에는 추락하는 비행기를 지상에서 받아낼 수 있는 거대한 그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물을 살포한 거미 4마리가 이번 실험 직후 죽었다. 그 탓에 고강도 거미줄을 효과적으로 수집, 생성하는 방법은 발견하지 못한 것. 물론 이번 연구를 통해 강한 합성섬유를 만들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은 만큼 향후 활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