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유커 끌어안기 `중국어 네이밍` 활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연간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중국어 네이밍’작업이 활발하다. 매출 상승은 물론 한 번 들으면 각인되고 발음하기 쉬운 중국어 브랜드를 만들어 상표권을 취득해 놓으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표권 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소비자와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제품의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던 베이직하우스, 카페베네, 오리온 등은 중국 시장을 토대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문 네이밍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의류브랜드인 ‘베이직하우스’ 중문 브랜드는 ‘바이찌아하오’다. 원 브랜드명과 발음의 유사성을 살리는 한편 표의문자인 중국어 특징을 살려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핵심 가치를 의미로 담아냈다.

박인성 베이직하우스 중국 총경리는 “베이직하우스의 중국 시장 성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중문 네이밍이었다”고 밝혔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역시 ‘Caffe Bene’라는 영문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카페이페이니’라는 중문 브랜드로 진출했다. 이는 중국어로 ‘당신과 함께 커피를 마신다’는 의미다. 중국의 인기 간식으로 자리매김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초코파이라는 이름 대신 ‘하오리요우’라는 이름을 써서 히트를 쳤다. 이는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도 식을 줄 모른다. 이 같은 기운에 힘입어 정부도 ‘K-브랜드’를 강조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소정 IP&지심 변리사는 “중문 브랜드 네이밍이란 기존 브랜드를 단순히 중국어로 번역하는 차원을 넘어서 중국인에게 통하는 중국어 브랜드를 새롭게 창작해 내는 작업”이라며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은 K-브랜드에 대한 중문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중문 기업명 등록이다. 이 때 중문기업 명칭이 없으면 급하게 날조하거나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가 분쟁에 휘말릴 위험도 커진다. 단지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제대로 된 중문 네이밍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실제 국내 안경브랜드인 ‘그래픽플라스틱’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표 출원을 했지만 유사 상표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상표 등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요 때문에라도 이 회사는 중문 브랜드 네이밍을 하게 됐고 중문 브랜드인 ‘거라비 쑤리라오’를 결합해 출원을 진행했다.

전소정 변리사는 “성형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여성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최근 많은 성형외과가 중국어 브랜드와 중문 간판을 전면에 내걸고 고객유치에 한창”이라며 “이제는 요식업, 화장품 브랜드, 의류 브랜드 등 중국인 관심제품과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인 프렌들리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