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기류가 심상치 않다. 세계 AP 시장 절반을 차지한 퀄컴이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 데 이어 중저가용 시장에서도 밀릴 위기다. 경쟁사 미디어텍은 10코어 기술을 공식 발표하며 신규 고객 기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세계 AP 시장 점유율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탑재한 AP ‘엑시노스 7420’에 이어 중저가형 엑시노스 모델 1~2종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중저가용 시장에서 퀄컴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자사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퀄컴, 스프레드트럼 AP를 주로 사용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AP와 베이스밴드를 통합한 원칩 ‘ModAP’를 중저가용 스마트폰에 공급했고, ‘엑시노스 5260’ 등 중저가형 스마트폰을 위한 AP도 선보이는 등 플래그십을 넘어 중저가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최근 엑시노스 7420을 플래그십 모델에 공급하면서 자신감이 붙자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더 확대하는 분위기다. 퀄컴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대만 미디어텍도 퀄컴 입지를 위협한다. 미디어텍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AP를 공급한 사례가 없다. 최근 10개 코어를 탑재한 데카코어 AP ‘헬리오X20’을 비롯해 기존 보유한 중저가형 제품군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헬리오X20으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기존 ‘빅-리틀’ 구조보다 앞선 ‘빅-미디엄-리틀’의 트라이 클러스터 구조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성능은 갑절로 향상시키면서 전력 소비는 최대 30% 줄여 효율을 꾀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AP 시장에서 퀄컴은 52%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애플(18%), 미디어텍(14%)이 뒤를 이었다. 스프레드트럼과 삼성전자가 세계 5위권이다.
업계는 올해 세계 AP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갤럭시S6에 퀄컴이 칩을 납품하지 못했고 하반기 등장할 ‘갤럭시노트5’도 엑시노스 칩을 기준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을 두고 삼성 시스템LSI도 야심작을 준비 중이어서 쉽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무선사업부와 가장 긴밀히 협업하는 AP 제조사는 이제 퀄컴이 아니라 시스템LSI가 됐다”며 “시스템LSI와 미디어텍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퀄컴을 위협하고 있어 올해부터 시장 점유율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퀄컴은 지난 1993년 한국에 CDMA 기술을 제공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휴대폰용 베이스밴드 칩셋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국내 시장에서 2010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자LTE 베이스밴드 칩 기술을 무기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스냅드래곤 AP를 공급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0년에는 중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 R&D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삼성 '엑시노스' 모델 연내 출시, 미디어텍 10코어 기술 발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4년 세계 스마트폰 AP시장 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