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웃어넘기기엔 두려운 `대륙의 실수`

[기자수첩]웃어넘기기엔 두려운 `대륙의 실수`

‘대륙의 실수’라는 말을 듣는 중국산 제품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저렴한 가격에 중국산 제품답지 않게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말한다. ‘실수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표현이다. 애플 ‘짝퉁’으로 불리던 샤오미가 만든 대용량 보조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최근 샤오미가 출시한 가정용 IP카메라 한 대를 구입했다. ‘대륙의 실수’ 중 하나로 꼽히는 제품이다. 네트워크 카메라로 불리는 IP카메라는 손쉬운 연결과 확장성으로 시장 수요가 늘고 있어 국내 영상기술 관련 중소기업 진출이 확대되는 분야다.

생각 이상으로 높은 완성도와 성능을 갖췄다. 110도 화각에 전용 앱으로 스마트폰에서 HD화질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하고 양방향 실시간 음향 송수신 기능에 동작인식 센서까지 내장했다. 화면 내에 움직임을 감지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오고 SD메모리카드에 녹화를 하는 기능도 우수했다. 곡선을 띤 얇은 흰색 몸체와 검정색 원형 카메라모듈이 조화된 디자인은 애플 제품을 연상시켰다.

중국산 전자기기에 대한 편견을 한방에 불식시킨 이 제품 가격은 우리 돈으로 2만5000원. 물론 화질과 영상 압축·네트워크 전송 기술, 보안성, 내구성 등은 우리 기업 제품이 앞선다. 야간 촬영을 위한 LED 조명도 없고 원격으로 카메라 방향을 조작할 수도 없다. 가격은 모든 것을 이해시켰다. ‘대륙의 실수’를 농담으로만 웃어넘기기 쉽지 않은 이유다.

앞으로 ‘대륙의 실수’는 갈수록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직접구매를 타고 국내 시장에도 여러 제품이 진출한 상황이다. 더 이상 어쩌다 한번 나오는 실수가 아닌 중국 제품이 갖춘 최대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

실수가 아닌 대륙의 실력 앞에서 우리가 내세워온 ‘품질 우위’ ‘기술 우위’ 경쟁력이 언제까지 통용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