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감성 소재부품 기업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습니다.”
권혁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뿌리산업기술연구소 주조공정연구그룹 수석연구원)는 몇달 전만 해도 생기원 2인자였다. 선임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생기원이 중소기업의 든든한 연구개발 및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데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온 그는 ‘감성 소재부품 전도사’로 나섰다. 이 분야를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권 박사는 “감성 소재부품은 인간 오감을 자극해 사용자에게 감동과 만족감을 제공, 제품 가치를 높이는 소재 및 부품”이라며 “우리나라 전 제조업에 감성이란 개념을 접목,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반면 감성 제품은 사용자 오감을 자극해 소비자에 좋은 경험을 제공해 만족(행복과 즐거움 등)을 제공한다. 소비자 만족의 질이 다른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감성 소재이자 감성 부품이다. 시장은 이미 형성돼 있다.
그는 “이 분야 국내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며 “대기업은 가전, 모바일 등 감성 인프라가 비교적 갖춰져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상품기획부터 제조 및 판매까지 감성 인프라가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감성 소재부품 사례로 그는 덴마크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을 들었다. 이 회사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동원해 기존 소재와 다른 신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촉각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는 새로운 터치 감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한 대성전기와 하이소닉을 예로 들었다.
그는 “두 회사 모두 감성 소재부품을 적용해 완성품에 새로운 생명감을 불어 넣었다”며 “이전과 다른 사실적 터치 감을 구현했다”고 평했다.
권 박사는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 제조현장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소재 및 재료를 한 곳에 모은 ‘세계 소재 및 재료 박물관(World Materials Library)’ 조성을 꿈꿔왔다. 누구나 와서 디자인하고 제품에 필요한 소재 및 재료를 만져보고, 잘라보고, 붙여보고, 녹여볼 수 있는 곳이다. 영국,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전시 기능만 있는 ‘머티어리얼그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감성 소재부품 기술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집중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활성화와 감성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과 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