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정부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키워드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한 결과다. 대경권에 창조경제 심장이 뛰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등에 업고 연구와 기업지원을 수행하는 혁신거점기관이 창조경제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에 산재한 각 기관은 기술과 산업 간 융합을 토대로 다양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그 성과는 지역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 창조경제 성장판 역할을 하고 있는 대경권 혁신거점기관 성과와 계획을 들여다봤다.
대경권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하다. 대구는 기계부품과 섬유, 뿌리산업이 강점이다. 구미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산업이 기반이다. 포항과 경주는 철강, 자동차부품, 소재산업이 발달돼 있다. 이 같은 기존 산업이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고부가산업화되고 있다.
변화 중심에는 혁신거점기관이 있다. 이들은 창업과 공동 R&D, 시제품 제작, 디자인, 시험평가인증, 국내외 마케팅으로 지역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는 대구테크노파크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대구경북디자인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권본부,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가 지역기업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대경권 기관 중 최초로 지난 5년간 900억원대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했던 대구TP 모바일융합센터는 스마트폰 빅뱅에 대응하는 모바일 디바이스 산업 활성화 주역이었다. 나노분야 융합R&D 전문기관 대구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는 설립 초 40억원대였던 사업비가 지난해 160억원으로 4배 늘어났다. 나노분야 기업 지원 거점기관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말 개소한 감성터치산업기술지원센터는 국내 감성터치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동대구벤처밸리에 자리한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수요자 중심형 맞춤 디자인으로 800여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지원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디자인 전문기업도 2008년 개원 당시 49개에서 현재는 309개로 급증했다. 지원성과가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생기원 대경지역본부는 대구와 경산, 영천, 영주, 구미를 중심으로 건설기계부품, 하이테크 베어링, 3D프린팅, 바이오메디컬 및 항공전자 분야 R&D와 실용화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본부 지원을 받은 기업 중 일지테크는 최근 하이브리드 강판을 개발, 중량을 기존 제품보다 30% 줄인 대쉬 패널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기계산업 특화지역 제조업 육성을 위해 2010년 9월 설립한 기계연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는 공기압축기 제조사 메가콤과 연구소기업 에나로봇 등 지역 18개 중소기업을 지원, 산연협력 구심점이 되고 있다. 특히 기술지원 기업 중 제이브이엠은 현재 약조제 자동화시스템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유럽 및 북미지역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린다.
경북은 경북테크노파크와 포항테크노파크, 구미전자정보기술원과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이 기업지원 핵심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경북TP는 특히 내달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경북그린카부품진흥원, 경북천연염색산업연구원과 통합, 연구역량이 크게 확대된다. 최근 TP와 지역은행이 협업하는 프로그램 기술금융플러스서비스도 시작했다. 지역 내 잠재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을 발굴해 집중 육성할 토대를 마련했다.
구미지역 R&D 기관인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은 모바일 분야 테스트베드 지원으로 지난 4년간 470억원이 넘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지역 중소기업에 새로운 먹거리를 안겨주기 위해 신규 기술개발과제 65건을 발굴, 지원했다.
경북지역 유일한 SW진흥기관인 포항TP 경북SW융합사업단은 지역SW융합제품상용화지원사업에 전국 진흥기관 중 최대 사업비(59억5200만원)를 확보했다. 경북지역 SW융합기술 전문지원기관으로써 면모를 과시했다. 사업단은 또 2009년 설립 후 지금까지 SW전문인력 1400명을 양성했다.
나노소재 및 재료분야 R&D와 사업화 지원을 위해 설립된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은 첨단장비 160대와 전문연구인력 45명을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나노기술사업화 중심기능을 맡아왔다. ‘나노융합상용화 플랫폼 촉진 및 활용사업’에 참여한 메이플세미컨덕터는 기술원 지원을 통해 현재 매출 430억원 규모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 지원을 디딤돌 삼은 지자체 사업은 창조경제를 떠받히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대구시는 올해 미래 먹거리사업과 창조경제 및 R&D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초광역연계 3D융합산업 육성,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 SW융합기술고도화, 창의·감성 디바이스 제품화 기반 구축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선 동대구벤처밸리는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지정 10년 만에 창조경제 핵심키워드인 창업분야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최근 대구지역 ICT산업 규모도 5조원에 육박했다. SW융합기술고도화 기반조성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역 ICT산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북도 역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도는 올해 방사광가속기, 미래해양개발을 위한 수중건설로봇개발사업, 3D프린팅 소재부품산업, 탄소성형산업 등 R&D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구미는 융·복합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조성사업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대상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도는 영주를 중심으로 베어링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27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기반으로 베어링분야 국내 중소기업 국제규격에 맞는 품질검증 및 기술개발을 지원한다.원자력생태계 조성을 위한 원자력클러스터조성사업도 속도를 붙인다.
최근 지역에 국제원자력인력양성원과 원자력기술표준원 설립이 확정돼 향후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에 청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