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할 때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섭니다. 뭐 하러 힘들게 그 길을 가려고 하냐는 오해와 편견도 부담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앞장서서 만들어가야 할 길입니다. 쉽지 않지만 가야할 길, 그 길을 가려 합니다.”
지방 법원에서 지역 법조계로 SNS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소통과 업무 혁신을 이끌고 있는 강민구 부산지방법원장 프로스트 시 ‘가지 않은 길’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간 활동과 성과를 듣고자 법원 집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기자 손을 잡고 자신 책상 앞에 앉게 했다.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PC에 대량으로 저장된 지인 주소록을 스마트폰에 동기화하는 새로운 기능을 보여줬다. 그의 표정은 마치 숨은 보물찾기에 성공한 아이 같았다.
“누군가는 만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단지 찾지 못해 활용을 못했던 것뿐입니다. 200만여개 앱이 세상에 나와 있습니다. 찾아보면 다 있습니다. 제가 원했던 앱, 새로운 기능의 서비스를 찾고, 이를 활용할 때면 엄청난 엔도르핀이 솟구칩니다.”
그는 에버노트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아침마다 산에 올라 108배 앱을 실행해 심신 수련에 활용한다.
“다양한 분야에 IT·모바일이 접목돼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적응하고 나아가 잘 활용하는 사람과 집단이 살아납니다.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강 법원장이 오래전 IT 세상에 눈을 뜬 후 이를 자신과 몸담고 있는 법조계에 전파하고 있는 이유다.
창원지법원장 시절 시작한 그의 ‘스마트 법원’ 구현 활동은 부산지법에서 다시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원 내는 물론이고 부산시와 지역 공기관 임직원까지 그의 강연과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호응했다. 현재 부산지법 전 직원은 SNS로 상호 소통하며 업무 효율과 투명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부산지법 한 직원은 “법원장으로 부임한 21세기 훈장님은 사서삼경과 회초리 대신 스마트폰과 앱을 들고 오셨다. 전화번호를 앱에 저장하면 스마트폰을 분실해도 다시 불러올 수 있는데 지금까지 그걸 몰랐다”며 “훈장님은 스마트 세상에서 여전히 아날로그였던 저를 깨닫게 해주셨다”며 SNS로 전했다.
강 법원장은 스마트 법원 구현을 추진하며 스스로 솔선수범, 선공후사, 공감소통 3대 원칙을 세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며, 소통에 기반을 둔 자율적인 확산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생각에서다.
강 법원장이 스마트 법원 구현을 통해 결국 이루려는 것은 무엇일까.
“ICT 접목이 밥 먹여주냐, 스마트폰 좀 잘 다룬다고 너무 튀는 것이 아니냐며 고깝게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법원을 만들기 위한 목적과 내 활동은 절대 개인적 공명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사법부를 포함한 전체 공직 사회에서 직급의 높고 낮음을 떠나 수평적 소통이 이뤄지고, 나아가 시대 변화와 혁신의 책무를 받아들여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 법원장은 이어 “솔선수범 등 3대 원칙에 맞춰 정보를 찾고, 기록하며, 전파해 온 그간 활동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며 “하지만 후배들은 새로 만든 길을 따라오며 더 많이 소통할 것이고, 성과도 올릴 것이라 믿기에 나는 지금 기쁘고 즐겁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