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가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 시장에 들어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중국 기업 포석이다.
중국 정부 지원에 바탕을 두고 D램 사업을 강화한 데 이어 사물인터넷(IoT) 핵심기술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
최근 국내 한 팹리스 기업은 중국 투자 자본으로부터 지분 매각 의향이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국내 자본과 함께 펀드를 조성한 중국 자본은 회사 측에 직접 의견을 타진하지 않고 국내 투자기업을 거쳐 의향을 물었다.
팹리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실적이 반등했고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전망이어서 매각 계획이 없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한 한 팹리스도 중국 자본 투자 요청을 받았다. 해당 회사 대표는 “북미·유럽에 진출하고자 지분 매각을 결정한 만큼 중국 자본은 처음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인수를 희망한 여러 국내외 후보 기업 중 하나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분 매각 성사 사례도 생겼다.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기업 피델릭스는 중국 반도체 회사 동심반도체유한공사에 주식 15.88%(290만374주)를 85억원에 매각했다. 창업주가 물러나고 중국 기업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향후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 동심반도체는 지분 25.3%를 보유한다.
업계는 당분간 국내 팹리스 기업에 차이나 머니가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봤다. 중국은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등 세계적 팹리스 기업이 많다. 지난해 세계 상위 50위권에 9개 중국 팹리스 기업이 올랐다. 시장 규모나 상위 기업의 매출 면에서 단연 국내 팹리스를 압도한다.
하지만 CIS(CMOS이미지센서), 터치센서,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등 특정 분야에서 우리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처졌다. 빠르게 기술력을 갖춰 내수를 충족하려면 인수합병(M&A)이 가장 매력적이다. 중국 사업 비중을 키우며 현지 시장에 브랜드를 알린 국내 팹리스는 좋은 투자 대상이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국내 회사를 물색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며 “투자 자금이 부족하고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라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사례가 많다”며 “규모가 너무 커서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 데 국내 자본이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 기회를 노리는 자본은 현지 기업과 한국 기술력 차이가 1년 남짓한 것으로 분석한다”며 “자본을 유치해 현지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