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카드사, 성능 입증된 정부 개발 국산SW 대신 외산SW 선정 `논란`

국내 최대 규모 카드사가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성능이 우수하다고 입증된 국산 소프트웨어(SW)를 배제하고 이스라엘 외산 제품을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까지 국내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강조한 가운데 수년간, 수백억원 정부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빅데이터 SW가 시장에서 외면당하자 국산 SW업계는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벤치마크테스트(BMT)가 해당 SW 특성에 맞지 않게 진행돼 업계는 로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20일 SW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빅데이터 기반 콜센터 ‘고객의소리(VoC)’ 분석을 위한 음성인식 솔루션으로 이스라엘 제품 ‘베린트(Verint)’를 도입했다. 음성인식 솔루션 공급 경쟁은 당초 SK텔레콤이 자사 제품을, LG유플러스가 베린트를, 한솔인티큐브가 아이브이오씨를 제안했다. 아이브이오씨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3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제품이다. 이 중 SK텔레콤은 공급을 포기했고 베린트가 공급 제품으로 선정됐다.

국산 SW업계는 BMT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음성인식 솔루션은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학습기간을 부여한 후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학습기간 없이 BMT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브이오씨는 앞서 진행된 다른 금융사 BMT에서 베린트보다 한국어 인식률이 15%나 높았다. 아이브이오씨는 KB카드에 적용돼 사용 중이다.

신한카드의 베린트 제품 선정에 의혹도 제기됐다. 베린트 국내 총판인 루키스가 신한카드 콜센터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BMT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의혹 제기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외산 SW를 도입하기 위해 사전에 정해놓은 것은 전혀 없다”며 “절차에 맞게 BMT를 진행, 가격·기술 등 종합적 판단에 의해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루키스는 콜센터 유지보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업체”라며 “의혹 제기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콜센터 빅데이터 분석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가운데 최대 카드회사가 외산SW를 도입, 빅데이터 시장을 외산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한국어를 인식하는 음성인식 솔루션조차 외산에 시장을 내주면 국산SW는 빅데이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리가 없다는 우려감이 커진다.

외산SW는 낯선 한국어 인식을 위해 콜센터 데이터를 다국적 기업 본사로 보내 학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보낸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 콜센터 데이터가 해외로 보내지게 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계약 당시 본사 기술자가 한국으로 파견, 국내서 처리하기로 했다”며 “현재 해당 기술자가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는 기술자 한두 명이 다양한 한국어 인식 학습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산 SW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SW도 시장에서 외산에서 밀린다면 더 이상 국산SW는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