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시장 화두인 신재생에너지·전기차 인프라·스마트그리드 같은 ‘에너지 신산업’은 전기에 근간을 두고 파생된 것입니다. 전기산업은 과거형 1.5차 산업이 아니라, 에너지 신산업에 우리 후대를 위한 에너지안보와도 직결되는 현재진행형 ‘핫 산업’입니다. 이를 위해 전기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미래형 인재 양성에 힘쓰겠습니다.”
서울 등촌동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실에서 만난 장철호 회장은 후대 전기인 양성이 다음 세대를 책임질 영속적인 산업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전기공사업계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연결된다는 지론이다.
장 회장은 “전기공사업계 대표로서 반드시 해야할 역할이 업력 보호나 먹거리 창출에 머물지 않고 후대 양성으로 전기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본다”며 “전기·전력산업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듯, 전기공사도 능동형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에너지업계 처음으로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를 발족했다. 갑작스럽게 다가올 통일에 대비해, 남북 간 전력체계 균형을 미리 맞춰놓겠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장 회장은 통일한국을 내다본 인재양성 그림까지 담았다.
장 회장은 우선 옌볜·평양과기대에 전기학과 개설을 추진 중이다. 남한과 대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재를 키워 통일한국 전력산업계 상생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장 회장은 “김진경 옌볜·평양과기대 총장과 수차례 만나 전기학과 개설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 등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기분야 용어 통일과 공사 표준화, 북한 내 전기공사 기술인력 양성 등 세부 계획까지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에 가보니 공단 직원이 여러 종류 배터리를 들고 와서 공단에서 충전한 뒤 퇴근할때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봤다”며 “지금 북한은 쌀 보다 더 절실한 게 전기”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전기공사 기술 교육과 안정적 취업을 보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기공사업계 전문 기능 인력 수급과 북한이탈주민 생활 정착 효과까지 있어 정부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 회장은 “제2하나원 등 북한이탈주민 보호기관과 손잡고 협회 회원사나 공사현장을 방문해 전기공사업을 소개하고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중”이라며 “원하는 이탈주민에 한해 취업에 필요한 전용 3개월 필수과정을 마련해 상반기 내 첫 교육생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신산업을 꽃피울 미래형 인력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장 회장은 “전기차·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사물인터넷(IoT) 모두가 본줄기(전기)가 건강해야 꽃이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며 “미래 에너지 산업까지 고려한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인프라를 만들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취임 후 협회 직원과 산하기관인 한국전기산업연구원을 중심으로 화요포럼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화요포럼을 통해 30여개 주제를 다뤘고 에너지 신산업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충전인프라 연구에도 착수했다. 이 분야 경쟁력이 단품 성능에 국한되지 않고 전기공사 설비에 따라 발전·운영 효율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후학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장 회장은 전문학교 설립도 추진한다. 장 회장은 “협회는 이미 직업전문학교나 교육센터도 갖추고 있지만 에너지 신산업 다양화와 글로벌 전문 후대 양성을 책임질 전기기능대학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며 “전기공사업이 힘든 일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인프라를 책임질 가치 있는 직업이자,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면 최첨단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유망 업종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교육적·학술적 터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기공사협회는 1967년부터 전기공사업 전문 기능 인력을 양성하며 대학설립을 위한 교육사업 노하우와 기반을 다져왔다. 그동안 배출한 신규 기능·기술인이 11만명에 달하고 매년 4000명 이상 재직근로자 대상 교육을 진행한다. 청년인턴 취업 알선 같은 정부 사업에도 참여해 매년 100여명을 관련 기업에 취업시켜 왔다.
정형화된 현 교육시스템으로는 전기공사업계가 원하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장 회장 지론에 따라 교육 개혁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3000평 규모 전기공사교육센터를 전기기능대학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장 회장은 업계 최대 현안인 분리발주 사수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분리발주는 건설공사 시 전기분야는 종합건설사가 아닌 면허를 가진 전문업체에 따로 발주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분리발주가 정부 규제안에 올랐다가 업계 반발로 막판에 제외됐지만 건설공사업계 반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장 회장은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지금껏 전기공사업계 생명줄이었을 뿐 아니라 국가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온 제도”라며 “다시 불거진 분리발주 폐지 논의는 미래지향적 정부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분리발주폐지 보완책으로 제기되는 ‘책임감리제’의 허점도 지적했다. 장 회장은 “전기공사 감리는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산업기본법 상 감리대상 공사를 분리발주 예외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소명과 정부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한 신뢰를 고려하더라도 분리발주 폐지는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전력국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전기·전력산업이 에너지 신산업 핵심 기반이고 국가 에너지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이를 주도할 힘 있는 조직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장 회장은 “우리나라 전력사용량과 설비 규모, 건설의향평가제 폐지와 부실사업 법적 제재 수단, 온실가스 감축 방안 등 전력·전기가 국가 전략산업인데도 동력자원부 폐지 후 과 단위 조직으로 현안을 다루는데 급급했다”며 “에너지 안보,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 조직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