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에는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많다. 서울 도심에도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 여름밤 달빛을 즐기기에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다. 답답하고 삭막하기만 하던 서울 도심도 전통과 달빛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
23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서울 시내 4대 궁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이 휴무 없이 전면 개방한다. 세종대왕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현충사, 칠백의총도 활짝 열린다. 4대궁과 종묘는 통합관람권(1만원) 한 장으로 모두 관람할 수 있다.
경복궁은 조선의 한양 천도 후 가장 먼저 지어진 유서 깊은 궁궐이다. 경복궁 일원은 사적 제117호로 지정됐고 근정전, 경회루, 자경전 등 보물급 문화유산을 모두 볼 수 있다. 창덕궁은 조선 궁궐 중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인정전과 인정문, 희정당, 대조전 같은 궐 외에도 다래나무와 향나무, 뽕나무 같은 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3만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일정도 30일, 31일, 6월 1일 3회차 밖에 남지 않았다. 창덕궁을 둘러본 뒤 야경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하반기 프로그램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전문 해설사 인솔 하에 낙선재와 부용지에서 아름다운 달빛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통 공연과 다과도 즐길 수 있어 매년 인기가 높다. 회당 관람인원이 100명으로 제한돼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조금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서울 중구가 주최하는 정동야행을 찾아보자. 중구 정동 일대에서 29일과 30일 개최하는 도심 테마 기행이다. 조선시대 거리를 체험하는 ‘야행’, 언어와 유희를 즐기는 ‘야설’, 정동 밤길을 즐기는 ‘야로’, 정동일대 주요 시설물을 야간 개방하는 ‘야화’ 네 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조선시대 거리 체험을 위해 덕수궁 대한문에서 월곡문까지 이어지는 돌담길에 9개 체험관이 들어선다. 조선 밤길을 비추던 조족등, 한약 향첩, 야광 점괘, 활자 조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조족등을 구입하면 밤 10시까지 개방하는 덕수궁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조족등 없이도 입장료 1000원이면 덕수궁을 관람할 수 있고 서울역사박물관, 구러시아공사관, 정동제일교회, 덕수궁 중명전 등 정동 일대 주요 시설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대부분 시설이 밤 10시까지 연장 개방한다. 마당극 ‘털보상단’, 전통복식을 착용한 ‘인간 석고 퍼포먼스’ 전통 마임, 저글링과 외발 자전거를 선보이는 거리 광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두 시간짜리 근대문화유산 탐방 프로그램은 조기 마감됐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연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행사 기간 이후에도 신청하면 체험할 수 있다. 0.7㎞부터 4㎞까지 다섯 가지 코스가 있고 주말마다 운영한다.
연휴를 맞아 멀리 떠나고 싶다면 경남 진주시에서 개최하는 진주논개제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매년 5월 논개를 기리기 위해 열리는 축제로 올해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축제 장소인 진주성과 남강 일원은 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봄·여름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다.
경북 영주시에서는 조선 선비를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린다.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한 ‘한국선비문화축제’가 20일부터 24일까지 영주시 선비촌에서 열린다. 과거급제 행렬이 재현되고 23일과 24일에는 전국장승깎기 대회도 치러진다. 혼례 재현, 외줄타기 공연, 가훈 써주기 등 체험·구경거리도 많다. 축제 기간 중 선비촌과 소수서원은 무료 개방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