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올해의 차’에 뽑힌 ‘푸조 308’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1.6ℓ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엔진 배기량을 낮춰 푸조 최대 강점인 연비를 더욱 극대화했다. 그동안 연비를 위해 변속감을 희생했던 수동 기반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 변속기는 버렸다.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시내와 곡선 구간이 많은 국도 위주로 시승했지만 연비는 19.2㎞/ℓ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 16.2㎞/ℓ보다 높다. 여전한 명불허전 연비다. 2.0ℓ 모델 공인 복합연비는 14.6㎞/ℓ였다. 배기량을 낮췄지만 자동변속기를 채택했기 때문에 연비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반대다. 엔진 다운사이징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
새로 채택한 자동변속기 역시 꽤 공을 들인 느낌이다. 효율과 성능을 모두 잡았다. 1.6 모델에 들어간 자동변속기는 6단. 최근 자동차 시장 변속기 추세를 생각하면 꽤 ‘구형’에 속한다. 하지만 308을 굴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기존 MCP 변속기의 울컹거림이 완전히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같은 단수를 쓰는 다른 국산·수입차와 비교해도 변속이 부드럽다. 이 정도면 변속기만 가지고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풀체인지에 가까운 모델 변화를 거치며 푸조 주력 모델로 부상한 308 내·외관은 여전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짧고 낮아진 차체가 날렵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국내 시장 해치백 상승세에 당당히 한 축을 형성할 만하다.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노라믹 글라스 썬루프는 1.6 모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다른 브랜드 해치백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역시 실내다. ‘헤드업 클러스터’라 불리는 푸조 특유 계기판이 1.6 모델에도 들어갔다. 계기판을 스티어링 휠 위로 올려 운전 시 시야 분산을 막아준다. 작은 스티어링 휠과 조합하면 시인성은 더 높아진다. D컷 형태 스티어링 휠 직경은 351㎜×329㎜에 불과하다. 양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여서 운전대 조작이 편리하다.
9.7인치 대형 풀터치 스크린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우선 디자인 측면에서 효용이 크다. 공기조절, 오디오, 차량 상태 표시, 내비게이션 등 대부분 기능을 터치스크린 하나에 모두 집어넣었다. 덕분에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그 어떤 차보다 깔끔해졌다. 반면 직관적인 물리 버튼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메뉴 선택이나 조작 방식이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열선 기능은 제공하지만 전자식 제어는 안 되는 시트도 ‘프리미엄 해치백’ 콘셉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동급에선 잘 달리는 차로 쳐줄 수 있지만 대단한 ‘펀 드라이빙’을 즐길 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고 출력 120마력, 최대 토크 30.6㎏·m로는 한계가 있다. 작고 날렵한 차체, 경량화에 성공한 EMP 플랫폼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반면 등판과 고속 주행이 잦다면 엔진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코너링은 섬세하고 날렵하지만 고속에서는 좌·우 쏠림이 두드러진다.
다이나믹 스포츠 모드는 이 같은 주행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1.6 모델에 새롭게 들어간 기능이다. 변속 타이밍을 늦춰 RPM을 좀 더 많이 사용하도록 했다. 변속기 레버 옆의 스포츠 버튼을 약 2초 간 누르면 적용된다.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작동하면서 배기음이 커진다. 계기판 클러스터 색상도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순간 출력과 토크를 표시한다. 애초에 달리는 용도로 태어난 차는 아니지만 색다른 기분은 느낄 수 있다.
<뉴 푸조 308 1.6 주요 제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