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중 FTA, 형제보다 부부로 접근하라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다. 향후 10년, 한국과 중국은 무역액 기준 85%, 품목 기준 90%에 수입관세 감면을 실시함에 따라 양국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 기고] 한중 FTA, 형제보다 부부로 접근하라

한국은 세계적인 IT강국으로서 한중 FTA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할 때 정보통신과 전자산업은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이다. 중국 공신부(공업정보화부)에서 발표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내 휴대폰 사용자는 약 13억명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약 6억명에 달한다. 중국이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은 하나의 나라지만 여러 개의 시장이라는 점을 기업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만큼 지역별 특징이나 소비자의 성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베이징 사람은 가격 민감도는 낮지만, 광둥 사람은 가격비교 사이트를 더 애용할 정도로 가격에 민감하다. 해외 제품을 선호하는 상하이 사람과 달리 쓰촨 사람은 국산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한중 FTA로 제품·서비스 경쟁력이 있는 한국 제품은 더 많은 중국 소비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중국 소비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은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하는지에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다. 일례로 중국의 중심지, 산둥 지역은 인구만 1억명이다. 규모 면에서 중국은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여러 지역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보다 한 곳만 먼저 집중적으로 택해 심혈을 기울인 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점-선-면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하나의 거점도시(점)를, 그 다음에는 거점 도시와 거점 도시가 연결되는 주요 도로(선)를, 이후 선과 선을 연결해 생기는 지역(면)을 중심으로 기업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경쟁력 외에도 기업 경영에서 기본적으로 강화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업가의 오픈 마인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내 경쟁사에 우호적인 대응 자세를 갖고 있어야 다양한 산업 분야 간 교류와 협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둘째 ‘인적 네트워크’다.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원하는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기업 성장을 위한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다. 한중 양국의 더 폭넓은 경제교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은 중국어에 능통하면서도 중국을 잘 이해하는 인력을 갖춰야 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이 많이 꼽혔다. 한국 기업은 한국을 이해하는 중국인 인재, 중국을 이해하는 한국인 인재를 같이 영입함으로써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야 한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국과 중국은 꽤 오래전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 나라이자 유교를 바탕으로 한 동양권 문화가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친숙하고,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은 한중 관계를 ‘형제’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한국과 중국, 양국이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경쟁하고 견제하기도 하는 형제 관계보다는 서로 이해심이 필요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부부’ 관계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부부는 간혹 티격태격하면서도 실제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이자 부모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기 때문이다. 한중 FTA 발효 이후 한국과 중국의 경제도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는 노부부처럼 견고한 동반성장 구도를 바탕으로 상생해 나갔으면 한다.

황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차이나MBA 교수 huangfei@ass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