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429>신(新)기후변화체제

최근 대형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직접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더 많은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고 과학자는 경고합니다. 세계 각국은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과다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석연료 과다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높은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량을 설정해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발도상국 등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데 이게 바로 기후변화체제입니다.

‘신(新)기후변화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오는 2020년 교토의정서 종료에 맞춰 현 기후변화체제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국가가 책임을 갖고 참여하는 2020년 이후(Post-2020)의 새로운 국제협약입니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국가인 중국(26%)과 미국(16%)이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며 교토의정서 제2차 공약기간(2013~2020년) 참여국 배출량도 세계 배출량의 15%에 불과합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2011년 개최된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에서 신기후변화체제 협상을 2012년에 시작해 2015년까지 완료하고 2020년부터 발효되도록 합의했습니다.

Q:올해 안에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A:신기후변화체제에서는 모든 국가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유연한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2013년 개최한 제19차 당사국총회(COP19)에서는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당사국이 자국 상황을 감안해 ‘국별 기여방안(INDC)’을 자체적으로 결정, 제출키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에서는 INDC가 충분히 ‘공정하고 야심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준년도·기간·범위·계획절차·가정·방법론·국가별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함께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된 국가는 2015년 1분기에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늦어도 10월 1일 이전에 각 국은 I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맞춰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Q:신기후변화체제 협상 쟁점은 무엇인가요?

A:온실가스 감축활동은 국가별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견이 많습니다.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신기후변화체제 출범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각국이 제출한 INDC 이행에 대한 법적 구속력 부여는 논란이 있습니다. 유럽은 이행에도 구속력을 부여하자는 입장이고 미국과 호주 등은 국내법에서 이행력을 갖추는 정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신기후변화체제 협상 최대 쟁점은 온실가스 감축을 국가 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어떻게 차별화할 지가 문제입니다. 개도국은 역사적 책임을 주장하며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주장합니다. 기존 기후변화체제에서 분류한 선진국과 개도국 분류를 그대로 이어가자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1992년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20여년간 변화된 각 국의 상황을 반영해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는 자신들처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많이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Q: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재원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나요?

A:개도국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선진국에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노력 관련 구체적 기후재원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역시 기후재원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정합니다. 합의문에 구체적 비용까지 표기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선진국은 개도국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가 자체적으로 기후재원 조성 노력과 함께 외부로부터 재원을 유치하고 재원 지원 효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 구축 등 개도국 스스로 재원 유치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재정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원 집행 투명성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개도국은 역량과 경험 부족 등을 감안해 선진국과는 상이한 투명 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반론 중입니다.

[도서소개]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 필리프 스콰르조니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펴냄.

6년간의 방대한 자료조사, 기후문제에 관한 각계 전문가와 심층 인터뷰를 한 권의 만화로 풀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구온난화 심각성과 그것이 인간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이야기한다. 복잡한 기후문제를 쉽고 강렬하게 설명해 대기권 기온이 왜 상승하는지, 기후변화가 미래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개인적·정치적·경제적·기술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아울러 모든 인간의 운명이 하나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온난화라는 뜻밖의 횡재:기후변화를 사업기회로 만드는 사람들’ 맥켄지 펑크 지음. 처음북스 펴냄.

“온난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적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구 온도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으며 북극 빙하는 녹아내린다.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은 점점 올라간다. 닥쳐오는 현실 앞에서 인류가 택하고 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를 찾아내려는 쪽이다. 이를 ‘완화’라고 한다. 다른 한쪽은 닥쳐올 일이라면 그것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적응’ 입장이다. 책은 우리가 어쩌면 완화보다 적응으로 생각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면 책 제목 대로 온난화라는 뜻밖의 횡재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