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3D프린팅은 창조 플랫폼이다

[ET단상]3D프린팅은 창조 플랫폼이다

지난 2013년 4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3D프린팅이 산업계 전반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 연설했다. 이후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요즘은 거의 매일 3D프린팅과 관련된 정보를 접한다. 3D프린팅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 이야기도 들려온다. 3D프린팅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까.

3D프린팅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그 재료 형태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가루, 고체 필라멘트 그리고 액체로 나뉜다. 흔히 접하는 것은 플라스틱 고체 필라멘트를 이용한 3D프린팅이다. 전문가용으로는 가루와 액체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사람 세포로 장기를 출력하는 바이오 프린팅(Bio Printing), 마이크로미터 이하 수준에서 프린트하는 나노 프린팅(Nano Printing) 기술 실용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자기조립 개념을 적용한 4D프린팅도 연구실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나노미터 크기 나노봇(NanoBot)이 분자 수준으로 3D프린팅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다. 몇 십 년 내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금세기에는 가능하리라는 것이 미래학자 예측이다.

다양한 대안 기술을 가지고 있는 3D프린팅은 단순 기술을 넘어선 개념으로 봐야 한다. 돌과 나무를 깎아 예술품과 그릇을 만들고, 목면에서 실을 잦고 그 실로 옷을 짓는 그 수작업의 궁극이 3D프린팅이다.

3D프린팅을 ‘개념’으로 보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3D프린팅을 관통하는 가치사슬을 재구성해 봐야 한다. 나는 개방 가치사슬을 생각해 봤다. 법·제도 등 부가적 가치사슬은 일단 제외했다. 일반적으로 3D프린터 제조기술에 집중한다. 가장 큰 가치를 생산하는 단계는 활용 단계다. 나머지 가치사슬은 3D 프린팅 기술적 생태계를 구성한다.

재료 측면에서 집에서 버리는 플라스틱을 이용해 필라멘트를 만드는 기계를 생각해 보자. 도면과 관련해서 3D프린팅 유튜브 버전인 ‘You3D’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3D 도면을 통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마도 오픈소스 진영에서 나올 것이다. 3D 도면과 관련한 저작권은 큰 이슈가 될 것이나 음악계 실패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3D프린팅 폐기물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쉽게 번 것은 쉽게 쓰는 것이 인간 속성이라면, 쉽게 얻은 출력물을 쉽게 버릴 가능성도 크다. 아침에 출력하고 낮에 쓰며 저녁에 버릴 것이다.

가장 많은 가치를 만드는 것이 활용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아주 저렴한 비용에 그리고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3D프린팅이다. 이른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하게 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품질이라는 이율배반이 현실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대량실업 또한 예고한다.

3D프린팅으로 인한 단순 일자리 축소는 불가피하다. 치기공사, 귀금속 세공사 일자리 축소는 전조에 불과하다. 도자기 장인, 쇼콜라티에, 금형기술사, 건축공, 자동차 부품공장 직원 등은 앞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3D프린팅은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프로토타입(Prototype) 비용의 극단적 저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창의성만 있으면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인 스타트업은 하나의 문화가 될 것이다.

유명한 조각제품은 도면 형태로 유통될 것이고, 일부 조각가는 저작권료로 막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한 3D프린터 제조, 재료, 도면, 활용, 폐기물의 각 가치사슬 마디마디에 엄청난 사업 기회가 존재한다. 또 삶의 방식도 크게 변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미켈란젤로와 같이 우리 안에 있는 직관과 창의성이 곧 경쟁력이 될 것이다. 3D프린팅을 ‘창의성 플랫폼’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윤기영 FnS컨설팅 대표 synsaj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