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이용한 독창적인 금융 비즈니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핀테크 기업은 빅데이터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 벤처기업은 빅데이터를 가져오는데 지불하는 ‘비용부담’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공공금융 데이터는 무료로 가져올 수 있지만 개별 금융사에게서 가져오는 데이터는 사용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하거나 월 단위, 연단위로 계약을 해서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해야하는 환경이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개별 금융사에게 지불하는 데이터 사용료만 하더라도 사업 운영비의 절대량을 차지한다”며 “비즈니스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하는데 작은 핀테크 기업이 정기적으로 막대한 빅데이터 값을 지불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아온 빅데이터의 형식과 분류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거론됐다. 이를테면 공공데이터를 가져왔을 때 각 기관별로 정보를 분류하고 관리하는 틀이 제각각이라 통일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는 전언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빅데이터 선진국은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취합하고 통일해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발달해 있지만 국내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대형 금융사 위주로 빅데이터 비즈니스가 작동할 수 있는 ‘고객정보소유구조’도 핀테크 벤처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잇따른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개인정보 보호규제가 강한 국내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손꼽히는 빅데이터 기반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민트’는 고객의 동의를 받고 고객의 모든 금융 거래 정보를 모아 분석을 해주고 상품을 추천해 그에 대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다른 점은, 미국은 금융 데이터를 ‘고객소유’로 보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사 소유’로 보기 때문에 민트와 같은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며 “민트 같은 혁신적인 핀테크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있어도 거래 정보를 각 금융사에서 개방하지 않고 있어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