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서 세계 불법도박 정책사례 공유 및 토론의 장 열려

국내ㆍ외 전문가들, 한국도 심각해지기 전에 적극적 정책 마련 필요성 강조

불법도박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처음 열렸다.

김우남 의원과 경대수 의원이 주최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은 국ㆍ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불법도박에 관한 해외사례와 국내현황을 공유하는 발표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신의기 실장, 대검찰청 강력부 천기홍 검사, 공공기관연구센터 이원희 소장, 사행산업감독위원회 박성기 사무처장, 고려대학교 허태균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국내 정책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 전세계의 불법베팅에 대한 자체 대응책

성공적으로 불법도박 단속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홍콩에서, 윈프레드 홍콩자키클럽(HKJC) CEO, 마틴 퍼브릭 HKJC 공정관리처장 등이 참석해 전 세계 불법베팅 시장의 성장과 문제점을 소개했다.

불법 사행산업이 성행하면서, HKJC를 통할 경우 사회로 환원될 자금들이 범죄조직의 자금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불법시장이 성행하는 이유로는 높은 환급률과 리베이트, 외상 베팅 등 사용자 편의 면에서 제도권 사행산업과는 격차가 있는 경쟁력, 단속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수준 확보,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들었다.

HKJC은 합법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범정부적인 단속노력을 통해 불법시장이 합법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홍콩의 상황을 설명했다. 마진율을 17.9%에서 15.7%로 낮추어 매출을 56% 이상 끌어올린 홍콩의 축구베팅, 다양한 베팅유형을 개발한 경마와 스포츠베팅을 경쟁력 강화의 예로 들었고 불법베팅 단속을 위해 경찰과 내무부는 물론 언론, NGO, 금융기관과 포털사이트 운영자까지 협조체계를 구축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력한 온라인 사용자환경을 구축한 불법조직들이 한국을 타겟으로 해외에 서버를 운영하며 활동 중인 사례를 소개해, 한국이 지금 불법도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지 못 한다면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했다.

▲ 불법도박에 점령당한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의 상황은 ‘불법도박에 점령당한’이라고 표현할 만큼 심각했다. 말레이시아의 불법시장은 79억MYR(링깃, 약 2조4천억원)으로, 2013년 경마매출액인 7억MYR을 11배 이상 상회하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경마 심판위원을 지낸 스캇 토마스(Scott Thomas Matthews)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불법조직들이 폭력배를 동원하여 경마시행체 소속 직원에 대해 테러를 가하는 등 정부의 통제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호주의 빅토리아 주에서는 최근 불법베팅 차단을 위해 주 경찰기관과 경마시행체가 MOU를 체결하는 등 공조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기관과 시행체들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불법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불법도박에 위협받는 한국시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석구 연구위원은 2006년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이하 사감위) 정책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합법시장과 불법시장을 아울러 사행산업 잔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감위가 합법 사행산업의 통제에만 몰두해왔다고 지적했다. 그새 불법시장은 불법사설경마,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불법스포츠베팅까지 급속히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불법시장을 100조원 규모로 추정하며, 사감위에 정례적인 불법도박 실태조사와 불법시장을 합법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불법시장과 해외로 유출되는 사행산업 수요를 합법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환급률과 베팅방식 등의 개선을 통해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범정부적인 단속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는 자금을 수면 위로 드러내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의원회관서 세계 불법도박 정책사례 공유 및 토론의 장 열려


패널들은 불법도박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1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불법도박 시장을 합법시장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감위 박성기 사무처장은 “사감위 내 현직경찰 3명이 파견되어 있지만 실제 단속을 위해 열악한 조건이다”라며 불법도박 단속에 대한 예산과 조직,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연구센터 이원희 소장은 “불법시장을 줄이는 방법은 합법시장을 넓혀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