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해 대대적 세출 개혁을 준비하면서다.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2015∼2019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재정개혁안을 마련했다. 연구개발 예산이 재정개혁 유탄을 맞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내년도 지출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3조4660억원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벌써부터 ‘제조업 혁신 3.0’ 프로젝트가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기술 R&D 예산은 창조경제를 상징한다. 예산 규모는 신기술 및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다. 박근혜정부 경제산업 정책의 근간인 창조경제 예산은 꾸준히 늘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 예산역시 2013년 3조1782억원, 2014년 3조2511억원에 이어 올해 3조466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개혁은 필요하다. 초점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중복투자를 막는 방향이어야 한다. 예산이 허투루 사용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특정인 또는 기업이 반복적으로 예산 혜택을 입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유사한 사업이 각 부처 또는 공공기관별로 진행되는 중복투자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예산집행 현장의 누수와 낭비를 막는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정부 곳간은 지금보다 윤기가 날 수 있다.
R&D 예산삭감은 창조경제에 대한 후퇴로 비춰질 수 있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제조업 경쟁력 회복 프로젝트 예산 삭감은 최소화돼야 한다. ICT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계획에는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는 제조업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인도 모디 총리도 제조업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올 하반기 최종 확정될 산업기술 R&D 예산 역시 이 같은 국제 흐름을 감안해야 한다. 박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줄곧 기술 융합을 강조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