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 수출이 2012년 317만대를 정점으로 2013년 309만대, 2014년 306만대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품목 수출 부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달까지 근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근본 대책 마련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수출 부진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변수는 ‘환율’이다. 요컨대, 엔저와 원고 현상이 겹쳐 국산차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 수출 부진 요인 중 하나라는 견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최근 10년 간 자동차 수출과 환율 추세를 비교해 보면 그 상관관계가 과거처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 수출과 환율 추이가 전통적 이론에서 기대하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마저 나타난다.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2007년 달러당 928원에서 2009년 초 1462원까지 하락했다가 2015년 5월 현재 1091원으로 상승했다. 자동차 수출은 원저 시기인 2007~2008년 사이 285만대에서 268만대로 감소했고, 원고 시기인 2009년 이후에는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은 미국 시장 침체 영향으로 격감했고 2013년 이후는 한국지엠의 유럽 수출 감소 영향 등으로 소폭 감소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2007년 달러당 120엔에서 2012년 11월말 80엔까지 상승했다가 2015년 5월 현재 121엔으로 하락했다. 그 중 엔고 시기인 2007~2012년 사이 일본 자동차 수출은 655만대에서 480만대로 격감했다. 이는 미국 시장 침체, 도요타 리콜,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 환율 외 변수 영향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저 시기인 2012년 말 이후에도 일본 자동차 수출은 감소 추세를 지속해 2014년에는 447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엔고 시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환율 영향 최소화를 위한 해외 생산 확대 전략이 엔저의 수출 증대 효과를 미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하면 최근 자동차 수출 부진은 국내 고임금과 저생산성 같은 구조적 경쟁력 약화 요인이 해외 시장 판매 경쟁 심화 속에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동차 수출 부진 대책도 대증요법보다는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우려되는 산업 공동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긴요하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