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쉬가 내연기관 한계에 도전한다. 연료 분사 압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한다. 파워트레인 전기화에 앞서 내연기관 효율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솔린직분사(GDI) 인젝터와 디젤 커먼레일직분사(CRS) 시스템 개발 계획을 27일 공개했다.
5세대 인젝터(HDEV5) 개량형인 HDEV5.25evo를 내년 하반기 양산한다. 현재 200바(bar)인 연료 분사 압력을 250바까지 높인 것이 핵심이다. 250바는 현재 통용되는 인젝터 구조로 낼 수 있는 최고 압력이다.
GDI 기술은 흡기 매니폴드에 연료를 분사하는 포트연료분사(PFI)와 달리 연소실 내에 가솔린을 직접 분사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분사 압력이 높으면 효율이 높아지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연료를 분사하는 인젝터가 GDI 핵심 부품인 이유다.
보쉬는 HDEV5.25evo로 강화되는 배기가스 배출 규제인 ‘유로6c PN’에 대응한다. 유로6c PN은 배기가스 입자상물질(PM)을 질량이 아닌 입자 수 단위로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유럽에서 2017년 9월부터 발효된다.
2017년 하반기부터는 연료 분사 압력을 350바까지 높인 HDEV6를 양산한다. 새 규제에 대응해 PM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분사 제어 성능을 강화해 엔진 소음을 줄인다. 6세대부터 인젝터 구조가 달라지는 만큼 시스템 모듈화로 크기를 줄인다.
국내 내연기관 전문가는 “분사 압력에 따라 증가하는 연소 효율을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론적으로 고압 분사는 효율 개선과 매연 저감의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250바는 현재 인젝터 구조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압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디젤 엔진도 CRS 연료 분사 압력을 높여 효율을 개선한다. 현재 2200바 수준인 분사 압력을 2020년까지 2700바로 높인다. 2500바짜리 고압 CRS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보쉬의 움직임은 파워트레인 전기화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효율 개선이 먼저라는 그룹 전략과 맞닿아 있다. 보쉬는 파워트레인 전기화를 추진하면서도 회사가 강점을 보이는 내연기관 효율 개선에 집중한다. 지금보다 가솔린 엔진 효율은 20%, 디젤 엔진 효율은 10% 높이는 것이 목표다.
롤프 불란더 보쉬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 부문 회장은 “강화되는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맞추면서도 주행의 즐거움을 유지하려면 내연기관 성능 개선이 필수”라며 “오히려 파워트레인 전기화가 진행 중인 현재만큼 내연기관 중요성이 컸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쉬그룹 GDI·CRS 개발 로드맵(자료:보쉬그룹)〉
슈투트가르트(독일)=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