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배터리 값을 뺀 전기차를 쓰고, 연료비 절감분으로 분할해 갚는 ‘배터리 리스’ 판매모델이 제주에 등장했다. 택시·버스 등 운송사업자 대상 초기비용 경감은 물론이고 수익까지 보장할 수 있어 전기차 확산에 새로운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제주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전기차 서비스기업 비긴스를 주사업자로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사업을 담당할 특수목적법인(SPC) ‘비긴스제주’도 이날 출범했다. 이 사업에는 정부와 비긴스·제주자치도·에너지관리공단 등이 함께한다.
비긴스제주는 앞으로 3년 동안 제주 공공운수서비스 사업용 전기버스 119대와 전기택시(550대)·렌터카(450대) 등 총 1000대 전기차를 보급한다.
운송업체는 전기차·전기버스에서 배터리 값을 뺀 가격으로 차량을 우선 도입하고, 매월 연료비절감분으로 배터리 가격을 분할 납부한다. 운행거리가 긴 버스·택시·렌터카 사업자는 전기차 연료비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 배터리 임차료를 납부해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비긴스는 LS산전, 삼성테크윈, 자일대우버스 등과 협력한다.
비긴스제주는 전기버스 보급과 함께 배터리 교환형 충전스테이션을 결합한 친환경 교통인프라도 구축한다. 한 곳 설비가 20억원가량 드는 배터리 자동교환형 충전스테이션 14곳을 만들어 119대 전기버스 운행을 돕는다. 전기 택시·렌터카 확산을 위해 개인·법인사업자에 3년 후 전기차 가격 50%를 보장하는 파격조건도 내놨다. 전기택시·렌터카사업자엔 차량 한 대당 보조금 2300만원도 지원한다.
이 사업으로 정부는 재정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는 배터리 일괄구매 부담과 전기차 중고차가치 불안감을 덜 수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온실가스배출거래나 전력 수요반응(DR)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는 추가 사업모델 발굴도 기대된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 자동차, 정보통신,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어 세계 전기차산업 선두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확산은 물론이고 해외에도 수출형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