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 1990년대 닷컴 열풍 이후 테헤란밸리를 떠났던 벤처캐피털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국내 ICT 산업 성장 ‘후반전’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메카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벤처캐피털 조성 규모는 2조5382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신규 투자는 1조6393억원에 달했다. 2001년 이후 최대다.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도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숨은 조력자인 벤처캐피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본지는 벤처캐피털 전문 심사역을 통해 벤처 투자 노하우와 벤처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와 전망을 집중 조명해 본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스타트업보다 더 스타트업다운 벤처캐피털이다. 지난 2012년에 LB인베스트먼트 출신 윤건수 대표와 하태훈 전무 공동 출자로 창업한 신생 벤처캐피털이다. 최근 입사자까지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직원 전체가 주주인 회사다. 회사 전체 지분 60%를 직원이 보유하며 이달 말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태훈 전무는 “열심히 일하면 꿈이 이뤄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퇴사하면 지분을 팔고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옐로모바일, 플리토, 와이브레인 같은 스타트업·바이오·헬스케어 벤처 등 공격적 투자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작년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해 총 891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했으며 올해 3개 펀드 운용사로 추가 선정되면 총 1619억원을 운용하게 된다.
하 전무는 초기 기업 투자는 매출이나 성장가능성을 예측할 지표가 가장 드러나지 않을 때이기 때문에 현장 투자팀장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현장 투자팀장 의견을 듣고 사람이나 조직 운영 등은 오랫동안 기업 투자를 해온 자신이나 윤 대표가 살피는 면이 많다고 전했다. 상호보완적 투자 방법이다.
하 전무는 “중학생이 쓰는 앱의 가능성은 기성세대가 판단할 수 없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현장 팀장의 자기결정력과 몰입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의사 결정으로 수익을 벌어들인 대표적 성공사례가 다음카카오 투자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고 22억원을 투자해 1년 반 만에 100억원을 회수 했다.
DSC인베스트먼트의 공격적 투자목록에는 벤처업계 가장 뜨거운 감자인 옐로모바일도 포함된다. 2013년 옐로모바일에 처음 투자했던 DSC인베스트먼트는 후속투자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하 전무는 “옐로모바일이 진행하는 벤처연합 방식은 기존에 다른 벤처기업도 하려고 했던 모델이다. 다른 점은 실행 속도와 규모 차이”라며 “다른 기업이 돈을 벌면 회사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매우 빨리 실행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 전무는 옐로모바일의 빠른 실행력과 수평적 인수합병(M&A)모델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옐로모바일은 메신저와 게임밖에 없던 모바일 시장에서 로컬 비즈니스 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다시 O2O서비스로 확장했다”며 “M&A 과정에서도 일하는 투자자는 계속 회사에 남고 재무적 투자자는 돈을 받고 나가는 과정을 통해 벤처업계와 초기기업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