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삼성이 최근 발표한 신제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독점적 기술(Proprietary IP)로 최고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온 이들 기업이 모두 열린 기술을 지향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지지하는 제품을 약속이나 한듯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소스하드웨어(OSHW)는 누구나 만들어 수정, 배포 및 제조해 팔 수 있는 디자인이 공개된 하드웨어를 말한다. 2006년 이탈리아 아두이노사가 아트멜사 AVR칩을 탑재해 저렴한 가격의 아두이노 보드를 생산하고 제품 회로도와 설계도, 개발 환경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며 시작됐다.
영국 라즈베리재단, 미국 텍사스인스투르먼츠(TI)를 비롯한 다양한 업체에서 OSHW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애드어프루트(Adafruit), 스파크펀(Sparkfun)과 같이 오픈소스 하드웨어만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스타트업이 생겨나면서 성장발판이 마련됐다.
초창기 개인 취미활동이나 교육적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던 OSHW는 2013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낸다. 바로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기기다. 몸집이 가볍고 뛰어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최소 자본으로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 OSHW 채택이 이뤄졌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개발속도를 구현해 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OSHW 시장 잠재력 역시 재평가받게 됐다.
OSHW 확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기존 산업구조와 비교해 몇 십분의 일에 불과한 ‘저렴한 하드웨어 비용’과 수많은 소스·예제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서로 제안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그리고 일반인도 쉽게 배우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이다. 하드웨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진 보통 사람 누구나 이 분야에 도전 가능해짐으로써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OSHW 시장 성장이 기업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새로운 시장 형성이다.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 위주로 판매되던 다양한 IT 관련 부품을 이제 일반 소비자를 고객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업 영역이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 B2C 시장으로 확장 가능해진 셈이다.
그동안 하드웨어 부품만을 제공하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델로 차별화와 수익률 개선을 이룰 수 있다.
다음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플랫폼 제공이다. 기업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직접 참여하고 후원함으로써 커뮤니티에 속한 전 세계 사용자와 교류하며 제품 신규 적용분야를 개발하거나 즉각적인 고객반응(VoC) 수집으로 자사 제품의 신속한 개선을 이룰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자사 제품 존재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기회를 획득하는 등 상생모델도 개발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서두로 돌아가 보자. 앞서 언급했던 대기업은 특허분쟁 소송을 오랫동안 진행하며 자사 기술의 독점적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OSHW 지원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각 기업이 전개할 OSHW 전략은 상이하겠지만 오픈 이노베이션 필요성과 OSHW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것은 공통된 사실일 것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팔던 기업에서 무료로 소스를 개방하는 기업으로 변신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는 길을 택하고 다양한 오픈소스 콘퍼런스를 주도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삼성 등 최근 활동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기술 장벽이 무너지고 정보가 공유되는 새로운 OSHW 세상이 열리고 있다. 2015년,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시장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OSHW 시장에 국내 많은 IT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신속한 대응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안정호 네패스 IoT사업 총괄상무 ahnjh@nep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