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 출범은 한국형 전기차 상업모델 시작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공기업 주도 전기차 보급을 실제 사용과 수익모델까지 민간화시킨 첫 시도라 할수 있다. 이제 민간영역 전기차사업 확대 문턱은 넘은 셈이다.
◇정부 “민간 주도로 할일” 힘 실어
이번 사업 총대를 맨 비긴스는 국가사업을 진행하는 법인이지만 분명히 민간기업이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전기차 대중화 사업 주도권이 정부나 지자체에서 민간으로 넘어오는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사업 얼개를 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보급과 대중화가 언제까지 정부주도로 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재정적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민간에서 ‘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해보이지 않는 한 계속 ‘관급 지원사업’에 머물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번 산업부가 기획한 ‘배터리 리스 사업’에 버스 완성차 업체, 중전기 인프라업체 등이 참여한 것도 수익성을 따져봤기 때문이다. 이제 전기차가 민간 주도로 보급되고, 민간이 돈을 버는 구조로 굴러가게 됐다는 점이 변화의 핵심이다.
◇운수사업자도 마다할 게 없어
운송사업자는 전기차·전기버스 가격에서 배터리를 뺀 가격만 지불하고 우선 전기차를 사업용으로 굴릴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정부지원금이 있더라도 운수사업자로선 부담스러웠던 초기 전기차 구매가격을 확 낮춰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사업용 전기차를 주로 장거리를 운행하고, 시내 주행 등 에너지소비율이 높아 전기차를 사용할 때 절감효과가 크다. 따라서 배터리 임대료를 달달이 내더라도 추가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구조다. 또 전기 택시·렌터카는 개인·법인 사업자에 3년 후 전기차 가격 50%를 보장하면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2300만원도 추가 지원한다. 중고차가치까지 고려한 새로운 전략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접근성도 높인다. 전기차와 전기버스 배터리 교환형 충전스테이션을 결합한 친환경 교통인프라가 깔린다. 제주도에만 14곳에 배터리 자동교환형 충전스테이션이 설치된다. 비긴스는 이미 제주 버스운송사업자인 동서교통과 전기버스 30대 도입을 확정하고 연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1곳 배터리 자동교환형 충전스테이션을 구축키로 했다. 전기택시 사업자를 위해선 식사와 충전을 동시 해결할 수 있는 ‘전기택시 클럽하우스’를 주요 거점에 운영하기로 했다.
◇연관산업 파생효과도 커
비긴스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충전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충전사업자는 평상시 충전사업 뿐 아니라, 수요반응(DR)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는 별도 사업도 벌일 수 있게 된다. 에너지분야에서 다수 이종 기업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도 관심 포인트다. 비긴스는 LS산전, 삼성테크윈과 초기 리스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데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박준석 비긴스 대표는 “민간 주도로 전기차와 충전인프라를 보급하고, 또 다른 민간 사업자가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거두는 첫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박준석 비긴스 대표
박준석 비긴스 대표 구상은 제주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 자동 교환 사업은 이미 수출까지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연계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차별화된 전략도 이미 짰다.
박 대표는 “이미 중남미 전기버스 업체 칠렉트라와 칠레, 콜롬비아에 전기버스 배터리 자동 교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제주사업이 본격화된 만큼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전기차나 충전인프라 환경 변화에 따른 맞춤형 모델도 제시한다. 제주 청정 환경을 고려해 ESS와 태양광·풍력과 연계한 독립형 충전스테이션은 물론, 충전사업자를 위해 전력 수요관리(DR) 사업연계 모델로 확장시킬 방침이다. 전력 피크시 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 다시 국가 전력망에 되팔 수 있다.
전력 수요과 공급까지 고려한 ‘에너지 핀테크 플랫폼’도 제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기차 이용자에게 에너지 수요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집단 수요정보를 전력망과도 공유해 효율적 수요공급에 기여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ESS와 배터리 자동 교환 충전스테이션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일방적인 공급 뿐 아니라 역전송 기술로 전력망에도 유용하게 활용토록 하겠다”며 “후방, 연계 산업으로 확대되도록 관련 솔루션을 꾸준히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전문기업과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박 대표는 “전기차나 충전인프라 사업은 신재생 뿐 아니라 ICT와 융합하면 얼마든지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한국 뿐 아니라 해외시장용 최적화된 솔루션을 갖추기 위해 전문기업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