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수사 시스템·기술 도입하기 위한 해외 문의가 쇄도한다. 당장 디지털 영상복구시스템은 연내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에 공급될 전망이다. 한국 과학수사 기술이 새 수출상품으로 부상했다.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강원도 원주시 인터불고호텔에서 개최한 ‘국제과학수사박람회’에 해외 수사당국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몽골, 스리랑카 등 아시아권과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 총 17개 국가 과학수사 고위 정책결정권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과학수사 ‘디지털포렌식’을 비롯한 한국 과학수사 시스템 도입을 의뢰했다.
국과수가 개발한 위조여권식별 시스템과 위조도장 분석시스템 등에 관심이 모아졌다. 위조여권식별 시스템은 국과수가 지난해 11월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기존 출입국 심사대에서는 심사관이 여행자 여권 자체만을 논고 위조여부를 판독했다. 위조여부를 식별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위조여권식별 시스템은 여행자 여권과 함께 세계 국가가 발행하는 표준여권 보안코드를 동시에 비교해준다.
이중 국과수 디지털분석과장은 “다양한 국가 여권을 국가별 표준여권과 정밀 대조해 위조 판독률이 높다”며 “여권사진과 여행자 현장사진도 함께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으로 40종 위조여권을 시험한 결과 100% 식별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과수는 한국 출입국관리소 공급을 비롯해 동남아 국가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위조인영(도장)분석 프로그램 도입을 국과수 측에 요청했다. 이 시스템은 실제 인영과 위조인영을 대조해 식별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중첩·절단·윤곽선·에러율을 비교한다. 중국 측은 현지 수사기관 교육용으로 시스템 도입을 요청 중이다.
사기카드 판독시스템도 해외 수사기관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마트폰으로 카드 뒷면을 찍어 스캔하면 숨겨진 무늬와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국과수 측은 “카드 뒷면에 빛을 투과해 색이 칠해진 부분과 안 칠해진 부분 단차를 찾아내는 기술”이라며 “처음 소개되는 기술로 해외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하드디스크 등 영상을 복구하는 시스템은 연내 말레이시아에 공급될 예정이다.
관련 시스템 공급업체도 수출 청신호가 켜졌다. 시스템백업·복원 솔루션 전문 업체 클로닉스는 디스크복제·삭제시스템을 선보였다. 클로닉스는 몽골 사법부와 시스템 공급협의를 진행했다.
국과수는 이란·스리랑카·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과 업무협약(MOU)을 교환하고 협력을 확대한다. 요르단·이집트·미얀마 등 국가와도 한국형 과학수사 시스템 우수성을 알리고 수출을 추진 중이다.
국과수 측은 “한국 과학수사 수준은 세계 상위권”이라며 “개도국에서 도입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