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가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규 투자가 둔화되고 소비가 되살아나지 않으며 일자리 부족, 청년실업, 고령화 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엔저 등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이다.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더욱이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양극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견기업 노동생산성은 중소기업의 1.5배, 대기업 노동생산성은 중소기업의 3배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자면 중소기업 생산성 수준이 중견기업 수준으로, 다시 중견기업 생산성 수준이 대기업 수준으로 높아지도록 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글로벌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를 유도해야 한다. 기업 생태계 진화패턴을 확산함으로써 경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면서 전문분야, 틈새시장에 특성화된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육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기초 자료부터 마련해야 한다. 중견기업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과 중소기업 생존 문제 등에 밀려 정의나 명확한 기준 등이 정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 중견기업 현황조사도 미진한 상황이다. 생산성 통계 등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기본적인 연구부터 이뤄져야 한다.
둘째, 인력정책 측면에서 고용의 질이 확보된 맞춤형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직업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 중견기업이 당면한 여러 문제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노동력의 질을 높여 높은 생산성, 높은 급여, 우수인력 지원의 선순환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 한국형 인재양성 시스템으로 분야별 핵심리더인 마이스터(Meister)를 양성하고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해야할 것이다.
셋째, 중견기업 연구개발 능력을 높여야 한다. 히든챔피언의 중요한 경쟁력은 원천기술 확보에 있다. 이를 위해 중견기업에 친화적인 산학연 공동기술 활동 촉진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혁신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략이 중요하다. 중견기업이 경영상 직면하고 있는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가 좁은 내수시장에서의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매출부진이다. 중견기업이 틈새시장과 중국, 인도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 우위에 있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업 해외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요청된다.
이제 한국경제는 과거와 같이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식의 요소 투입형 성장전략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 생산성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전환해 양질의 노동력 활용과 시장 지향적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 리더 등 자격을 갖춘 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근희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정책센터장 ghlee@kp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