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신산업 핵심분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육성을 부르짖고 있지만 좀처럼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미국처럼 ESS와 전력망연계가 하나의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활발해지지도 않고, 일본처럼 가정용 소규모 ESS가 불티나게 팔리지도 않는다. 자연스레 투자 회수기간이 길다 보니 대기업 위주로 판이 굴러간다. 중소기업은 겨우 대기업 프로젝트 하청이나 언제 열릴지 모르는 시장만 바라봐왔다.
보성파워텍이 발전공기업이 발주한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사업에서 쟁쟁한 대기업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낸 것은 그래서 더 의미하는 바 크다. 보성파워텍이 배터리나 전력변화장치(PCS) 같은 고도의 신뢰성과 기술을 요하는 부분까지 다 하려고 덤볐다면 애시당초 넘지 못할 벽이었을 것이다. 이를 보성파워텍은 대기업과 ‘연대’하는 방법으로 뚫었다.
어찌보면 사업 수주든, 수출이든 제품과 기술은 기본이고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전략이다. 보성파워텍은 배터리는 LG화학 힘을 빌리고, PCS는 효성의 기술을 가져와 담았다. 그리고 차별화된 엔지니어링 설계로 발전공기업의 높은 요구조건을 만족시켰다.
ESS분야 중소기업 참여와 시장 기획 확대에 벤치마킹될 수 있는 사례다. 기술과 제품에 완성도를 갖춘 대기업이 뒤를 받쳐주고, 신뢰성이 바탕된다는 주관사업자로 중소기업이 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정책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참여하는 대기업도 이를 마다할리 없다.
정면에서 시장을 찾아주고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조그만 선례를 하나 만들어 방법과 기회를 보여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신재생에너지 계통연계에 ESS를 활용하면서 중소기업 주관 컨소시엄에 과감히 사업권을 준 남동발전이나 여러 실험적 도전을 통해 대기업과 손잡고 결국 사업권을 따낸 보성파워텍이나 모두 박수 받을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