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와 세로가 1.7cm인 정사각형 모양 금속 종이가 갑자기 꿈틀대기 시작한다. 스스로 접혀 다리 네 개를 만들더니 일어나 초당 4cm 속도로 주변을 돌아다닌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최근 미국전기전자학회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주최 ‘국제로봇자동화학회(ICRA) 2015’에서 스스로 조립되는 초소형 언테더드 오리가미 로봇(Untethered origami Robot)을 시연했다고 31일 테크크런치 및 외신이 보도했다.
이 로봇은 자석 소재와 폴리염화비닐(PVC)을 폴리에스틸렌이나 종이 형태 레이어(층)에 덧씌워 만들어졌다. 일종의 ‘전자 종이’ 같은 형태다. 색종이를 접어 특정 물체를 만드는 것처럼 로봇이 만들어진다. 미리 전개도를 그려 로봇을 만들 때 접히는 부위에 PVC를 깐다. 열이 가해지면 PVC가 축소해 주름을 형성하는 식이다. 이 로봇의 무게는 0.31g에 불과하다.
로봇에 동력을 불어넣는 모터는 두 부분에서 제공한다. 입방 형태 네오디뮴(neodymium)으로 구성된 영구 자성 소재가 접히는 부분 주변에 뿌려져 있다. 전자기 코일 4개가 전자종이 아래 표면에 구성돼 있다. 이 두 요소를 결합해 자기장이 만들어지고 로봇은 이 힘으로 움직인다.
연구진이 이 로봇을 내놓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소개한 첫 번째 로봇은 길이 10cm, 무게 78g짜리였다.
외신은 이 로봇이 자기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로봇에서 만들어지는 자기장은 15헤르츠(Hz)를 넘어설 때 만들어지며 한쪽 방향으로만 힘이 가해진다. 이 자기장은 로봇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진동을 일으킨다. 이 힘으로 로봇은 스스로 형체를 만들고 일어나며 일정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의도적으로 균형점을 비대칭하게 설계해 로봇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이 로봇에 쓰인 자성 소재는 물에 뜰 수 있고 이동·굴착 등의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낸다. 여러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용처가 많다. 낮은 정도의 열로 로봇을 만드는 데 이후 가열 패드에 올려놔 종이 형태로 다시 돌아가게 하거나 다른 형태로 접혀지게 할 수도 있다. 아세톤에 넣어 자성 소재를 제외한 나머지를 녹이는 것도 가능하고 물에 녹는 소재를 적용할 수 있다.
테크크런치는 “이 로봇은 아직 프로토 타입에 불과하지만 크기가 작고 활용처가 많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