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는 1분, 1초에 승패가 갈린다. 옷이나 신발은 기록 달성을 목적으로 끊임없이 첨단 기술을 접목한다. 야구 배트, 축구공 등 스포츠 도구 또한 보다 흥미로운 경기를 위해 신소재, 신기술 적용 연구를 한다.
스포츠에서 소재기술은 승패와 기록 달성을 좌우한다. 경기에 박진감을 더해주는 숨은 원동력이다.
프로야구에서는 볼 수 없지만 알루미늄 야구 배트는 반발력이 좋아 타구를 빠르게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최근에는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든 배트도 나왔다. 복합소재는 성분이나 성질이 다른 A와 B를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섞어 만든 C라는 새로운 물질이다. 가볍고 단단하다. 반발력이 특히 뛰어나다.
비정질합금 소재로도 야구 배트를 만들 수 있다. 비정질합금은 금속 내부 원자가 무질서한 상태로 섞여 있어 기존 소재와 전혀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강하고 녹슬지 않으며 탄성 복원력과 충격 흡수력이 우수하다. 나무 배트 평균 비거리가 120m라면 비정질합금 배트는 약 270m로 2배 이상이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골프채다.
골프채 헤드 소재는 과거 나무 소재를 썼지만 현재는 대부분 타이타늄 합금을 사용한다. 타이타늄은 반발 계수가 높아 골프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 우수한 비강도로 인해 보다 큰 부피 헤드를 만들 수도 있다.
타이타늄은 오래 전부터 경주용 오토바이 엔진 흡기 및 배기 밸브에 사용됐다. 이후 경주용 차량과 고급 승용차 엔진 부품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자동차 경주 또한 0.01초 차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스포츠 소재 분야에서 타이타늄 사용 비중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가볍고 강도가 높다는 장점 외에 내열·내식성도 우수하다.
생체 친화적인 장점도 있다. 소금물 등 산성 환경에서 녹이 슬거나 변형이 없어 해양 레저용품이나 해양 구조물을 만들 때 유리하다. 몸속으로 흡입돼도 알레르기 등 거부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은 각종 기술 개발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자동차 부품, 생체 재료, 골프채,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로 타이타늄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재료연구소 이동원 책임연구원이 2012년 개발한 ‘타이타늄 합금 분말 제조 방법’은 국내 타이타늄 소재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 국산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수입산 대비 10분의 1 가격으로 고품질 티타늄 합금분말을 제조할 수 있다. 재료연구소는 지난해 이 기술을 고려용접봉에 이전해 연 10톤 규모로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동원 책임연구원은 “선진국은 이미 타이타늄 합금 분말을 항공 및 방산을 넘어 자동차 부품 제조에 많이 적용하고 있다. 또 그간 고순도 티타늄 분말은 전략소재라 수입도 제한적이었다”며 “국산화 기술 개발에 이은 고순도 타이타늄 분말 양산화는 연간 수천억원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