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 아니다. 게이밍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황이 새로운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X 980Ti를 발표하면서 꺼낸 말이다. 그래픽이 핵심이지만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건 게이밍이라는 것.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븍미 지역에 출시한 쉴드TV 역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젠슨황은 6월 2∼6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IT 전시회인 컴퓨텍스타이베이 2015 기간에 맞춰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제품 3가지를 강조했다. 지포스 GTX980Ti와 쉴드TV, 드라이브PX가 그것.
◇ “980Ti는 그래픽 아닌 게이밍”=GTX980Ti는 PC 게이밍을 위한 것. 기존 GTX680과 견주면 4K 해상도에서 3배, 780Ti와 비교해도 2배가 빠르다. 실제 게임으로 예를 들면 GTA의 경우 GTX680은 28프레임이 나온다면 980Ti는 61프레임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은 또 다이렉트X12를 지원한다. 덕분에 볼륨 타일드 리소스(Volume Tiled Resources)를 지원, 전체 화면 중 변화가 일어난 부분, 타일만 스트리밍으로 변환시킨다. 또 타일에는 3번째 파라미터를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온도 같은 정보를 추가하면 특정 타일의 온도가 1,000℃ 올라가면 화재가 나게 할 수도 있는 것. 또 기존에는 이미지를 표현할 때 픽셀이 절반 이상 차야 인식했지만 컨서베이티브 레스터(Conservative Raster)를 이용해 픽셀 일부까지 세밀하게 인식한다.
젠슨황이 강조한 것 가운데 하나는 가상현실 지원. 멀티해상도셰이딩(Multi-Res Shading)을 이용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쓴 상태에서 주변부에 각각 다른 해상도를 표현, 화면 렌더링을 처리한다. 이 효과를 더하면 픽셀 수는 20∼50%까지 줄어드는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픽셀 셰이더 성능은 1.3∼2배까지 올라간다.
◇ “쉴드가 미래 TV 보여줄 것”=젠슨황은 쉴드TV 역시 중요한 게이밍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아니라 인터넷 운영체제”라면서 “사물인터넷에 쓰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쉴드TV 같은 콘솔이나 태블릿에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안드로이드를 많이 쓰게 될 것이며 연계성이 높아지면 미래에는 이런 인터넷 운영체제가 중요한 게이밍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 운영체제는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엔비디아가 쉴드TV에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밝힌 셈이다.
엔비디아는 쉴드TV를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맥스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쿠다코어 256개를 내장한 테그라X1를 얹었다. 엔비디아 설명에 따르면 엑스박스360보다 연산 능력은 2배이며 H.264와 H.265, VP9 하드웨어 인코더와 디코더를 내장했다. 4K 동영상을 60프레임으로 디코딩하는 것도 가능하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TV를 이용한다. 덕분에 플레이스토어 내 영화 콘텐츠를 TV에서 즐기거나 사진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튜브와 구글플레이 무비&TV, 구글플레이 뮤직 같은 서비스를 사전 설치해서 제공한다.
그는 미래 TV는 스마트폰처럼 앱으로 실행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처럼 스마트TV에도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TV가 필요하다면서 4K 재생을 지원하며 빠르고 간단하다는 것이 쉴드TV의 장점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게임을 위한 뛰어난 플랫폼이자 엔비디아가 생각하는 TV의 미래라는 설명. 젠슨황은 쉴드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콘솔과 견줘도 작고 가벼우면서 조용하다”면서 음성인식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고 와이파이다이렉트를 통해 지연시간을 줄이는 등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주요 사양을 보면 테그라X1 외에 램 3GB, USB 3.0 2개와 USB 2.0 1개,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갖췄고 IEEE802.11ac 무선랜과 블루투스 4.1+LE, 기가비트 이더넷, HDMI 2.0을 지원한다.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이용해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하며 크기는 130×210×25mm, 무게는 654g이다. 가격은 16GB 모델 기준 199.99달러다. 하지만 젠슨황은 이 제품을 구입하면 구글플레이 크레딧 60달러를 무료 증정하는 만큼 실제로는 139달러에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 더 이상 안 한다”=젠슨황이 마지막으로 설명한 건 드라이브PX다. 젠슨황은 업계가 사물인터넷에 투자하고 있는데 “엔비디아의 사물인터넷 비즈니스는 바로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발이나 블루투스 헤드셋 등 다양한 사물을 통한 직접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결국 엔비디아가 표방하는 사물인터넷이 자동차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비주얼 컴퓨팅 플랫폼을 보유한 유일한 회사이자 클라우드를 매개로 PC와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3가지 플랫폼에 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 발언은 “스마트폰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젠슨황은 “할만큼 다 했다”면서 엔비디아의 전략은 GPU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것이며 모뎀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도 이런 큰 틀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텔의 틱톡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핑퐁전략(ping pong)’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엔비디아가 2년 단위로 테그라 칩과 아키텍처를 번갈아가며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아키텍처를 먼저 내놓고 다음으로 칩을 선보인다는 것.
젠슨황은 드라이브PX 같은 자율주행 차량 뿐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GPU가 연산을 가속시킨다는 것도 엔비디아의 주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매년 이 부분에 대한 실적이 60~70% 성장한다면서 빅데이터 분석 중 가장 흥미로운 예가 딥러닝이며 미래 인공지능에 필요한 이 과정에 엔비디아의 GPU 연산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