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니 투자 증액 눈여겨봐야

일본 전자산업 거함 소니가 올해 설비투자액을 2조원 이상 늘렸다. 최근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 경기가 되살아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와 맞물려 예사롭지 않은 행보다.

일본 정부는 돈을 더 찍어서라도 기업 투자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의식해서인지 기업에 직접 지원 형식은 가급적 없앤 채 자국내 통화·환율 정책으로 기업 활동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기업과 달리 소니가 택한 ‘선투자’ 의지는 남달라 보인다. 올해 총 투자액 5조원 가까운 자금의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한 것이 돋보인다. 이전처럼 이전투구가 될수 있는 스마트폰, TV, 디지털카메라 분야 투자는 사실상 돈줄을 끊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이미지센서나 게임 같은 차세대 분야에 ‘올인’에 가까운 뭉칫돈을 쏟아붓기로 했다. 물론 이 투자방향이 틀릴 수 있다. 그리고 꺼져가는 거함의 불기둥이 이제 아예 촛불 심지보다 못하게 미약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니는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고 그 분야를 경쟁보다는 선점과 기술우위 분야에 맞추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한다.

우리 대기업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들어 금고를 틀어막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행보다. 그룹마다 정부와 마지못해 열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내용적으로는 투자 질과 방향에서 논란이 많다.

투자 방향과 시기를 놓고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아직 글로벌 불경기 늪이 깊고, 가장자리까지 닿을 힘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지 불투명하다. 문제는 투자의지와 전략이다.

단발적인 일자리 제공과 생산량 조절을 위한 투자는 돌아오는 경기회복기에 거둘 과실을 제한적으로 만든다. 계획하고 전략적으로 마련한 투자 만큼 확실한 미래준비는 없다. 소니나 일본이나 이 빠진 호랑이가 아니다. 이들은 언제든 밀림에 돌아올 제왕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