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불볕더위...시장경쟁은 더 뜨겁다

본격적 무더위가 시작하면서 에어컨과 제습기 등 여름철 가전에 대한 관심이 달아올랐다.

5월 하순 지역에 따라 34도에 달하는 고온 기후가 이어지면서 지난 2주간 전국 주요 매장 에어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어컨과 제습기는 대표적 여름 가전이다. 한 철 장사를 위해 1년간 연구개발(R&D)을 하고 신제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매년 여름 가전 판매량은 제품 기능이나 마케팅보다는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천수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름 가전은 에어컨과 제습기 사업 자체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해 내수 가전 유통시장 바로미터가 된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한 해 실적은 에어컨에 좌우될 때가 많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스마트폰 판매량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여름 가전은 날씨에 따라 판매량 편차가 매우 크다. 날씨는 제조사나 유통점이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지난 2013년 200만대 시장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덥지않은 날씨와 세월호 사태 여파로 20% 정도 시장이 역성장한 바 있다. 올해 예약판매 기간에도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지만 5월 이후 빠르게 판매량이 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초유의 더운 여름이 예상된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건다. 미국 해양 대기 관리처(NAOO)와 영국 기상청(Net Office), 중국 국가기후중심(NCC) 모두 올해 엘니뇨 영향으로 ‘가장 더운 해(Hottest year)’가 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 위니아 등 제조사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삼성은 광주, LG는 창원이 주요 거점이다. 본격적 여름철 수요에 맞춰 배송·설치 인력 보강까지 마쳤다. 5월 이후 광고 확대와 이벤트 마련 등 마케팅 자원 투입도 늘렸다. 여름철보다 더 뜨거운 판매 경쟁이 불붙었다.

하이마트
하이마트

삼성전자는 모델명 변경 없이 지난 2013년부터 ‘Q9000’ 시리즈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누적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은 히트상품이다. LG전자는 올해 새로운 컨셉트 ‘휘센 듀얼 에어컨’을 프리미엄 신제품으로 소구하고 있다. 캐리어 신제품 ‘립스틱 플러스’는 전자제어 헤파필터를 채택해 머리카락 굵기 200분의 1 크기 먼지를 99.99% 이상 걸러준다.

유통가 여름가전 마케팅도 불이 붙었다. 가전유통 양판점은 에어컨 구매 고객에게 가정용 선풍기를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새 에어컨을 사고 쓰던 에어컨을 반납하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중고보상 판매도 이뤄진다. 홈쇼핑에서도 여름 가전 편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과 11번가는 물론이고 소셜커머스에서도 다양한 여름 가전 특별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