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광주전남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후 전력ICT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LG유플러스 등 통신기업과 전력+ICT 융합서비스 합작에 들어갔으며 최근엔 다음카카오와 전기요금을 카카오페이로 지불할 수 있는 결제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단순히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이미지였다면, 새로운 전력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종합 에너지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과 함께 동반성장 비전을 함께 짜고 시장조성까지 공조하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전반에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전이 빛가람 혁신도시 이전 이후 그리고 있는 에너지 신(新)비즈니스 모델과 에너지밸리 구축 사업 내용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스마트그리드, 이제부터 진짜 시작
한전에 있어 전력과 ICT 융합은 어디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인터넷을 필두로 우리나라 정보통신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전은 전력설비 관리와 전력수급 효율성을 위해 다양한 ICT를 도입하고 활용해 왔다. 개념적으로 이미 알려진 지능형전력망, 즉 스마트그리드는 이같은 노력의 과정이자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전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개념 정립과 모델 제시, 관련 기술개발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까지가 한전 서울 삼성동 본사 시절 일이다.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 이후 사업화와 적용사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전력 서비스화를 위한 보급 확대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건물 내 전력과 가스·물 등 냉난방 운영 설비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을 전력계통 및 ICT 인프라와 융합해 운영하는 지역단위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은 대표 사례다. 한전은 지난해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본부 사옥에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모델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04개 사옥에 구축할 예정이다. 39개 중소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했고, 기술경쟁을 통해 가격경제성도 확보했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표준화·활성화로 기업형 모델을 구축해 민간과 해외시장 확산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업이 예정된 정부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에도 주도적 역할을 맡고 나섰다. 8개 지방자치단체와 39개 기업으로 구성된 추진협의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스마트그리드 확대적용 계획을 수립 중이다.
◇에너지 미래기술 키운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 이외에도 다양한 미래 에너지기술을 개발·사업화하고 있다. 최근 시장이 열리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주파수 조정용 ESS 52㎿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요확대를 위한 마중물을 자임하고 나섰다. 주파수 조정용 ESS 사업은 2017년까지 500㎿ 규모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경남 창원시와 유료충전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유료화 경제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한전은 우선 공공기관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구축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고, 일반인과 공용설비 대상으로 충전인프라를 보급, 2017년까지 5580기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빛가람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 충전 네트워크도 구축할 방침이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은 한전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기술개발 사업 중 하나다. 저손실 직류송전 기술로 대용량 전력수송이 가능해 현재 안고 있는 송전망 문제 대안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는 해남과 진도에 제주도를 연결하는 제주-육지 간 HVDC 2개 라인이 설치돼 있다. 1998년과 2013년에 각각 설치됐지만, 프랑스 알스톰에 기술적으로 의지한 부분이 컸다. 한전은 알스톰과 협력을 통해 기술 자립화에 매진하고 있다. 북당진-고덕 HVDC 등 4개 사업을 벌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ICT 융합 분야에선 스마트그리드와 함께 빅데이터 사업이 새롭게 추진 중이다. 고객 전력사용현황과 원격 검침, 설비정보 등 전력 관련 모든 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서비스 제공과 품질향상에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회사 경영 정책 수립과 신성장동력 창출, 고객만족부문에 빅데이터를 널리 도입해 쓸 예정이다. 한국전력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전력설비 운영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유사시 신속한 대응과 비용 절감을 실현할 계획이다.
<표.한전 주파수 조정용 ESS 사업계획/자료:한국전력공사>
<표. 에너지밸리 및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 계획/자료:한국전력공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