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저개발국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보급을 주도한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공동으로 저가형 ITS 도입 방안을 연구한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스마트 ITS’ 아이디어가 채택돼 이 분야 국제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원장 이창운)은 내달부터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저개발국 스마트 ITS 도입 방안 연구 과제를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스마트 ITS는 우리나라 교통연구원이 세계은행에 제안한 저가형 ITS로, 전용망 대신 이미 보급된 2G·3G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기관은 우선 2개국 현지 실사를 통해 저개발국 통신·도로 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스마트 ITS 표준 모델을 만든다. 과제 기간은 2년, 투입 예산은 60만달러(약 6억8000만원)다. 이렇게 마련된 스마트 ITS 표준 모델은 다른 저개발국 ITS 지원 사업에 활용한다.
기존 ITS와 가장 큰 차이점은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ITS를 도입하려면 도로·교통 정보를 모으고 가공해 전송하는 통신망이 필요하다. 대부분 국가가 광케이블이나 전용망을 활용한다. 저개발국은 이 통신망 구축비용이 ITS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반면 스마트 ITS는 이미 구축된 이동통신망을 도로·교통 정보 수집, 가공, 전송에 활용한다. 자동차 운전자가 소지한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얻고 이를 이동통신망에서 수집, 가공, 전송한다. 별도 통신망 구축비용이 들지 않는 셈이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저가에 ITS를 보급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스마트 ITS는 기존 ITS와 달리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싸고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도로 정보를 전량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30% 도로 정보만 수집해도 ITS 서비스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TS는 교통 수단, 시설, 운영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 교통상황 전파, 대중교통 위치 알림, 도착시간 예측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이 분야에 주목해 기존 ‘교통(Transport)’ 부문을 ‘교통 및 ICT(Transport & ICT)’로 개편했다. 교통과 ICT 융합 대세를 반영해 두 분야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저개발국 원조 활동에서도 무작정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보다 ICT 융합으로 지능적 도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오래 전부터 이 분야에서 세계은행과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6년 전 교통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뒤 교통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지금까지 철도 전문가, 도로 전문가를 파견했지만 올해는 ICT·ITS 전문가를 파견할 계획이다. 세계은행이 도로와 ICT 융합에 집중하는 것이 배경이다.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도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를 방문해 ‘개발도상국의 스마트한 교통체계 발전을 견인하는 ICT’를 주제로 발표하며 스마트 ITS 도입을 제안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