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테스트로 첫 매출을 올렸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
최근 방열 소재 신제품을 출시한 A사 임원이 기자에게 말했다. 20년 넘게 이 분야에 종사하면서 처음 겪은 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샘플은 성능이나 품질 테스트 등을 목적으로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IT업계는 제품 적용에 앞서 위험 요인을 점검하기 위해 샘플 테스트를 진행한다.
A사는 지난 3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샘플 테스트 요청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은 샘플 제작에 들어간 원재료 비용은 물론이고 가공비, 운송비 전액을 부담했다. 200만원에 불과했지만 A사에는 의미가 남달랐다. 소액이지만 신제품 개발 이후 첫 매출이었고, 무엇보다 고객으로 생각해주는 배려에 감동했다.
A사는 최근 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테스트 결과가 나온 보고서를 공유한 것이다. 다른 소재를 적용한 제품과 비교한 것은 물론이고 유사 제품을 공급하는 경쟁업체 제품과 성능 비교 자료도 포함됐다. 경쟁업체명은 알 수 없게 했다. A사는 샘플 테스트로 자사 제품 강점과 약점을 진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글로벌 기업은 보다 더 개선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A사 임원은 “국내 업체는 좋다 나쁘다만 얘기해 주지 테스트 상세 결과를 공유하지는 않는다”며 “객관적 데이터가 절실했던 우리에겐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국내 상황은 다르다. 국내 대기업에 신제품 샘플을 건넸다가 기술 유출로 이어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유료 샘플 테스트는 언감생심이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일부 외국계 기업은 국내 업체에 신제품 샘플 공급을 꺼린다.
다양한 산업에서 협력사와 상생을 외친다. 전략 공유와 상생 결의를 다짐한다.
상생은 멀리 있지 않다. 배려에서 비롯된다. 배려는 상대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도와주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샘플도 협력사 소중한 자산이라 여긴다면 상생의 길은 쉽게 열릴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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