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 큰 꿈을 꾸는 것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다음카카오가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을 600억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했다. 회사 가치에는 일부 갑론을박이 있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몇 백억이 되는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부족했고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M&A 시장 확대라는 필요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트업 시장에서 ‘엑시트(Exit)’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다. 창업 붐이 일고 많은 사람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카카오, 쿠팡·티몬, 배달의민족 등 성공 사례가 등장했다. 이후 일종의 투자 업계 용어였던 엑시트가 사람들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렸다.

엑시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업을 공개해 영속 가능한 형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과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다. 오래전 한국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면 회사를 창업자와 동일시하는 시선 때문에 ‘먹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요즈음 젊은 창업자 사이에서는 창업하고 몇 년 뒤에 회사를 잘 매각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만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미국과 한국 기업 생태계를 보면 한국에서만 유독 사용되는 중소기업이라는 단어가 있다.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스타트업=벤처=중소기업’ 등식이다. 기업이 성장해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오히려 스스로 제한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단어다. 창업을 하면 스타트업이고 이것은 중소기업이니 그 규모에 맞게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좋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이 이런 중소기업을 인수해주면 좋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카카오톡이나 쿠팡·티몬도 창업 초기 투자업계 사람들은 잘 키워서 통신사나 대형 오픈마켓·유통사에 매각하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반면에 이 회사 창업자는 중간에 누구에게 매각하는 것보다 스스로 강한 확신과 비전에 근거해 끈기 있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주변 도움과 때로는 운까지 겹쳐 지금은 매각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회사가 됐다.

한국은 미국 등과 비교해보면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초기단계다.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경제구조가 역동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을 능가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규모를 기준으로 한 구분이 아니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해도 큰 회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사례들이 생겨야 진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 일본, 미국의 50대 부자를 상속과 자수성가로 구분해놓은 글을 봤다. 미국은 자수성가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았던 것에 비해 한국은 대부분 상속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어떤 이들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이자 넘어서고 싶은 산을 만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의 크기가 제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창업자 한두 명이 혼자 해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창업자, 투자자, 정부, 언론 그리고 고객인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해낼 수 있다. 이 일은 장기적 관점과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수 있다. 시작점은 더 큰 꿈을 꾸는 창업자가 시작해야 한다. ‘셀러(Seller)’만큼이나 ‘바이어(Buyer)’가 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대기업이 더 많이 나오기를, 더 큰 꿈을 꾸는 창업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jwpark@fast-track.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