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스팸전화검색서비스 기업 ‘뭐야이번호’가 지난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뭐야이번호 사용자에게 발신한 금융권 6개 업종과 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권 전체 텔레마케팅(TM) 발신량은 1200만통을 넘어섰다. 카드사 발신량은 압도적이었다. 은행과 캐피털, 생명보험업종 TM 합계와 맞먹는 수준이다.
모바일 산업 활성화로 일상생활이 편리해진 반면에 대한민국 소비자는 텔레마케팅(TM)과 스팸 전화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최근 스팸에 이어 스미싱 문자까지 급증하고 있어 스팸 금융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스팸·TM 신고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수위를 상향 조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것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소비자와 기업(기관) 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비대면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급증과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으로 비대면 채널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홈페이지, 이메일, SNS, 모바일앱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채널 비중이 97%를 넘어선다. 특히 홈페이지와 이메일, 콜센터 등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증가로 발생하는 고용 측면의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합리적인 정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안정적 고용창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채널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콜센터의 2015년 직접 고용은 약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콜센터산업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콜센터 고용인원은 17만6075명으로 나타났다. 직접 고용(수요기업)과 아웃소싱(공급기업) 수를 합친 결과다. 이 보고서는 2015년 콜센터 종사자 규모를 29만7075명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작년 말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콜센터 상담사 직원 수는 2010년 4만4610명이던 것이 작년 말 5만7132명으로 28% 가까이 늘었다. 수도권이 7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콜센터 종사자 수를 가늠할 수 있다.
콜센터 근무 인력 대부분이 20~40대 여성인력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취업에서 대부분 소외받는 취약계층이다. 여성·청년층 일자리 창출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급여 등에서 최상의 근무조건은 아니지만 최근 콜센터 아웃소싱업체와 직접 콜센터를 운영하는 SK텔레콤 등 대기업의 정규직 채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자체가 앞다퉈 콜센터 유치에 나서는 것도 고용창출 목적 때문이다.
◇다른 산업의 인프라
콜센터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최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유통산업의 기본 인프라다.
최근 콜센터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른 온라인쇼핑업계가 대표적 사례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과 정보통신 분야의 비약적 발전으로 TV홈쇼핑, 종합쇼핑몰,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13년 인터넷쇼핑 거래액은 38조4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통신판매업체 수도 2013년 말 기준 36만279개에 달한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다.
7월 오픈을 준비 중인 공영홈쇼핑을 비롯한 홈쇼핑업체 콜센터 규모는 5700석에 달한다.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 콜센터 규모는 1000석에 달한다. 웬만한 제조업체보다 훨씬 큰 규모다.
최근 한류를 바탕으로 온라인 해외 역직구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산업 인력 수요의 고급화 요구도 뒤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 말 기준 산업별 수요를 분석했을 때 보험(33.0%)과 통신(26.0%) 수요가 가장 크다. 카드(7.9%), 금융(5.5%), 쇼핑(4.0%), 유통(4.0%), 은행(4.0%) 등이 이어진다.
모두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이들 채널의 이용 목적인 불만·문제제기, 처리·진행 상태 확인, 요금·비용·결제 문의, 제품·서비스 이용 문의 등 기업 경영활동과 직결된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기업(기관)에 가장 중요한 경영활동 툴이 되는 동시에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고용문제 해결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팸이나 무분별한 TM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금융당국 등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무분별한 규제보다는 선택적·효율적 관리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최근 변화에 부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