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로 중소기업청 성능인증서(EPC)를 발급받은 에이비메디컬 진공채혈관 제조현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깐깐하고 엄격한 성능인증을 통과하면서 국립병의원 등 공공기관 납품에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50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4개 진단검사기 제조라인은 튜브제작과 겔충전, 숙성, 라벨링, 시약투약 및 건조, 진공작업이 퍼즐 맞추듯 일사분란하게 전개됐다. 1개 라인 당 하루평균 12만개 진공채혈관 생산이 가능하다. 먼지 하나 없는 클린룸에는 ‘불량률 제로, 무결점 생산’ 표어가 곳곳에 붙어있다.
에이비메디컬(대표 김영균)은 미국과 독일이 90% 가까이 선점하고 있는 1조7000억원 규모 글로벌 진공채혈관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에이비메디칼이 개발에 성공한 진공채혈관 ‘V-튜브’는 외산에 비해 성능은 동일하지만 가격은 30% 저렴하다. 국내에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이 회사는 전남대 산학협력단과 지난 2012년 ‘채혈관 제조 자동공정기술’ 사업화에 힘을 모았다. 채혈관 제조 자동공정기술은 BIT융합기술기반구축사업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전남대 IT융합의료기기특성화사업단이 양산이 가능한 수준의 제조기술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식약청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얻고 전남대화순병원과 임상시험 테스트를 완료했다. ‘채혈관 제조방법’ 등 6건 특허를 확보하면서 자신감을 쌓았다. 하지만 사업초기 ‘불량률 제로’ 달성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납품했던 제품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하면서 재작업 등 시행착오를 거쳤다. 전문 도예가가 흠이 있는 도자기는 바로 깨버리듯, 불량이 의심되는 수십만개 제품을 폐기처분 했다.
에이비메디칼이 R&D에 사활을 건 이유다. 삼성전자에서 전자렌지 생산공정을 책임졌던 정우석 상무를 영입하고 지난해 5월 전자동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장에 적용된 생산시스템에는 자체 개발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곳곳에 배어있다.
윤수철 과장은 “혈액분석 결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합구조로 세이프티캡을 설계해 오픈시 이너캡과 분리를 방지하고 있다”며 “진공채혈관은 부드럽게 투침할 수 있고 진공 유지와 고내구성, 고내열성, 화학적 중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도 상승세다. 2012년 매출 3800만원에서 2013년 6억5200만원, 지난해 12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화순전남대병원, KMI의약연구소 등 거래처가 늘면서 올해는 3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에 22만6000달러(약 2억5000만원) 규모 진공채혈관 시약을 수출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성공했다. 올해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 성능인증서를 발급 받게 되면서 공신력도 한층 높아졌다.
김영균 사장은 “진단검사의학은 혈액, 체액, 조직 등 검체를 이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 예후 판정 등에 관련된 검사를 시행하고 해석하는 중소기업 유망품목”이라며 “기술개발과 제품 신뢰도에 대한 자신감을 쌓은 만큼 국내외 시장개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