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정받은 컨설팅 대학원 및 경영 컨설팅연구소 개설 기념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지혜 나눔 콘서트’를 최근 개최했다. 토크쇼 형식으로 치러진 콘서트에는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대전대 컨설팅대학원 석·박사 학생, 지역 벤처기업, 과학기술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향후 융합 사회, 초연결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네트워킹에 뛰어난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창업 확산을 제시했다.
대전대는 지난해 중기청으로부터 컨설팅대학원 개설사업 신규 대학(2015~2019년)으로 선정돼 일반대학원 내 융합컨설팅학과를 신설하고 경영 컨설팅 연구소를 개설했다. 대전대 컨설팅 대학원은 중소기업 현장 맞춤형 컨설팅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사회=신선미 전자신문 전국취재팀 부장
◇참석자(가나다순)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사회(신선미 전자신문 전국취재팀 부장)=많은 미래학자가 미래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1세기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왔나.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2045년을 변곡점으로 크게 변한다고들 한다. 디지털 경제에서 분자경제로 바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우선 유통이 없어지고, 물류 이동이 없어진다. 원가도 달라진다. 더 중요한 것은 융합 시대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2035년에 바이오 시대가 도래한다고 했다. 바이오 시대는 IT·NT, 바이오가 결합된 뉴바이올로지가 지배하는 시대다. 두 미래상 모두 공통점은 융합이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2010년은 한일합방 100주년이 되는 해다. 만약 우리가 10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향후 100년 후에 김연아가 세계 1위를 하고, 현대중공업이 미쓰비시를 이겼다는 비디오를 옛날 분에게 보여드리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젊은이 헛소리하지 마라 할 것이다. 그런데 100년 뒤에 정말 꿈같은 현실이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을 100년 후인 2110년에 대입한다면 대한민국 모습은 크게 바뀔 것이다.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우주로부터 나에게 이르기까지 연구에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소통을 나누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 미래 한의학은 IT와 접목돼 한의원에 가지 않고도 가정에서 쉽고 편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한·양방 협진 의료, 한의 의료 관광 등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사회=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이공계 기피 현상도 있고, 고령화율도 높다. 과학기술이 이를 해결할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오태광=GNP가 2만달러가 넘었지만 계속 정체다. 우리나라는 그간 다른 나라를 많이 모방해왔다. 기존 시장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경제를 해왔다. 그래서 뛰어넘지 못했다. 우리 과학기술도 그간 남이 하는 기술을 따라하다 보니 한계에 봉착했다. 대부분 나홀로 접근했다. 그러니 안 된다. 지금처럼 융합사회에서는 더욱 힘들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그렇더라. 앞으로는 연구방식과 산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 최근 정부가 퍼스트 무버를 내놨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융합으로 박차고 나가자는 의미다.
◇김흥남=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가려니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정보 혁명을 이루기 위해 산업화를 구축했다. 앞으로 30년 뒤에 찾아올 혁명을 미리 만들고 성장 모멘텀을 탐색해야 한다. 30~40년 후에는 제3 물결인 산업혁명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여러 기술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 혁명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사물이,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미래 초연결 사회에 대비한다면 정보화 혁명 때 잘 대응했듯 모멘텀으로 삼아 퀀텀점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혜정=경영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된다고 본다. 경영에 소통, 공감이 보태지면서 결국은 열매인 컨설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한의학 특성상 인체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환자 진료 시 경영 컨설팅이 필요한 이유다. 흐름의 논리에 따라서 변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김흥남=교육시스템이나 전체 분위기가 다른 발상 전환을 허용해야만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2년 전 이스라엘 가서 창업 시스템 봤는데 인상 깊은 것은 ‘싱크 디퍼런트(think different)’다. 우리나라 회사에서 발상을 전환해 이야기하면 엉뚱한 소리한다고 할 것이다. 이스라엘 학교에서는 혹여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도 진짜 좋은 생각이라고 받아주며 대화한다. 중국 샤오미 회장은 모든 것을 인터넷 사유를 통해 생각한다고 하더라. 사물인터넷(IoT)이 말초 신경 같은 역할을 하고, 클라우드가 인공지능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사회=과학계에서 융합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이혜정=변화 시대에 맞춰 좀 더 효율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과거에 대학원생을 뽑는데 무용과 출신 학생이 지원했다. 한의학이라는 주제를 놓고 봤을 때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 학생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3년 후에 다시 왔다. 그 학생은 그 사이 결혼하고 애도 낳았다. 결국 그녀를 선발했다. 그 학생은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이나 되는 출퇴근 거리를 마다 않고 5년을 공부했다. 지금은 학교에서 대체자연의료법 일환으로 파킨슨 운동계 환자를 대상으로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학문은 융합 안 되는 게 없다.
◇김흥남=융합형 인간은 두루 알아야 하는데 너무 매몰되다 보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제대로 된 융합형 인간이 될 수 없다. 수직축이 되는 어느 한 분야에서 어느 누구보다 더 경쟁력을 갖추고 그 외에 다른 걸 두루 알아야 경쟁할 수 있다. 한 분야에 올라서서 여러 세상을 두루 볼 수 있는 T자형 인간이 융합형 인재다.
◇오태광=르네상스 시대 인물인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전공이 20여개는 되는 것 같다. 그 시대 그림이 사실주의적이라서 인간 근육 움직임까지 묘사했다. 지금 우리 후배한테 융합하기 위해 다해라 하면 안 되지 않느냐. IT 측면에서 보면 좋은 게 많다. 자기 전공을 일단 열심히 하고 키워드만 정확히 하면 된다. 필요하면 다른 친구한테 물어봐라. 네트워킹하고 T자형 인재가 되려면 전공 잘 살리면서 여러 친구 잘 사귀는 게 융합형 인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회=융합형 인간이 되려면 각 분야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나.
◇오태광=두 사람 정도 예를 들어보겠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는 6학년 때부터 연기는 물론 춤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고 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최고 뮤지컬 배우가 됐다. 사진작가 조선희 씨 얘기 들어보겠다. KAIST 시험에 떨어졌던 조선희 씨는 초기에 사진 찍어도 아무도 안 알아줬다. 이후 어렵게 배우 이정재 씨를 12시간 동안이나 찍었다더라. 그 작품이 히트 쳤다. 과감히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바이오를 연구하는 우리 연구원은 IT를 못한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IT를 잘 하는 친구를 만나 상의하면 된다.
◇김흥남=내가 연구원일 때 융합 개발 사례 얘기해보겠다. 2007년에 임베디드SW연구단장을 지냈다. 마침 조선과 IT를 융합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울산중공업까지 내려갔다. 새벽 4시에 차 몰고 회사 전무를 만났는데 그 분은 국책과제 따러 왔으면 바로 대전으로 가라고 하더라. 이게 첫 인사였다. 완전히 문전박대 당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ETRI도 연간 5000억원 규모 이상 R&D를 하는데 국책과제 따러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현재 잘 나가는 조선에 IT를 접목시켜야 일본이나 중국을 제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명감에서 왔다고 했다. 하루는 LNG선을 탔는데 배 중간에 선이 깔려 있더라. 당시 현대중공업 전무는 자칫 이게 도화선이 돼서 안전사고가 난다고 했다. 무선으로 하려 했는데 전파 간섭을 이길 수 없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칩을 만들었다. 아마 이때 내가 그곳에 안 갔으면 문제도 몰랐을 거고 답도 못 찾을 것이다. 나는 요즘 연구원에게 현장에 가서 일하라고 주문한다. 현장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사회=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김흥남=학교 졸업생이 봉사할 직업이 없다면 큰 사회 문제다. 최근에 보면 현재 기업은 모두 일자리가 차 있다. 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창업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 새로운 창업을 해야 한다. 우리 연구소는 몇 년 전부터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1년에 10명씩 창업하고 있다. 놀라운 일은 지난해 연구원 내 두 팀 25명이 함께 창업하겠다고 하더라. 퀄컴 등 글로벌 경쟁 기업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마케팅 요원 1명과 특허변리사 2명을 붙여서 창업할 수 있도록 했다. 총 28명이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150억원을 투자받고 직원도 70명으로 늘렸다. 대략 50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된 셈이다. 창업자도 실패를 두려워 말고 과감히 도전할 필요가 있다.
◇사회=최근 대학 기능이 취업 쪽으로 편중됐다. 교수가 학생 취업을 절대적으로 생각해야 할 만큼 숙제가 커졌다. 출연연에서는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가.
◇김흥남=연구 현장에서 볼 때 대학은 학생이 맡은 분야에서 깊이가 있도록 전공 기초가 튼튼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 두 번째는 긍정 마인드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꿈을 갖고 미래를 향해서 달려 갈 수 있는 긍정 마인드를 심어줘야 한다.
◇오태광=대학 교수는 점수만 좋은 올 A학점 학생을 만들지 말고 모티브를 줘야 한다. 학점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 있게 키워야 한다. 또한 모든 걸 잘하는 학생을 만들지 말고 네트워킹, 인간관계를 잘하는 학생을 양성해야 한다.
◇이혜정=수재인데도 불구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연구원 생활을 접는 사례를 많이 봤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면 힘들다. 상대를 배려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올바른 T자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