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신종플루도 넘겼는데 메르스 쯤이야…증시 영향 제한적일듯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외부 출입을 자제하는 만큼 투자자의 지갑도 같이 닫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유사 전염병 확산 사례 당시 경제 흐름과 비교했을 때 메르스에 대처하는 투자자의 자세가 너무 경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월 20일 이후 업종별 시가총액 감소 규모
5월 20일 이후 업종별 시가총액 감소 규모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당시에도 글로벌 경제나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지수 상승으로 간 사례도 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점검해보면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으로 주식시장에 큰 충격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며 “오히려 글로벌 경제 환경이 주식 시장 등락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핵심은 이러한 전염병이 장기적 측면에서 수요를 위축시키거나 글로벌 경제에 수요 충격을 주는 구조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로 코스피가 크게 하락하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스가 창궐한 2003년 2분기 중국과 홍콩의 성장률은 전 분기에 비해 각각 3%P와 4.5%P 감소하며 우려를 안겼지만 3분기 접어들며 이전 수준을 회복해 충격은 단기에 그쳤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2주간이 메르스 확산을 가늠할 것으로 본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약세 국면에 메르스가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다”라며 “중국 경제지표 부진, 국내 수출 부진,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환율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2주 동안은 메르스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동시에 코스피를 괴롭혀왔던 변수들에 영향을 줄 국내외 이벤트들이 줄지어 있다. 3일 유럽중앙은행(ECB)회의, 5일 미국 고용지표와 그리스 상환이슈, 둘째주에는 중국 실물경제지표 발표와 국내 쿼드러플위칭데이, 금통위가 예정돼 있다. 셋째주에는 미국 FOMC회의가 기다리고 있어 하루하루 중요하지 않은 이벤트가 없다고 할 정도다.

이경민 연구원은 “아직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오르는 백신주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2주 동안 금리와 환율시장 변화가 온다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수출주에 대한 시각을 바꿔 놓을 가능성이 크고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화학, 건설 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