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제동…실익 낮은데 주가 띄우기 의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4일 오전 전자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의 7.12%인 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총매입금액은 7065억원에 달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라고 못박고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며 입장을 피력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안에 따르면 양사의 합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주가가 낮게 형성된 삼성물산에는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합병 계획 발표 후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15만6493원과 5만7234원을 각각 웃돌아 합병 무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돼 왔다.

문제는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이 19%선에 그친다는 점이다. 3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은 32.11%에 달하며 국민연금도 9.7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의 17%만 움직여도 1조5000억원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 같은 행보에 증권가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합병을 무산시킨다고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해외 헤지펀드의 특성인 이슈를 만들어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움직임에 4일 삼성물산 주가는 종일 강세를 이어가며 10% 이상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날 공시가 투자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정공시를 요청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3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는데 실제는 지분 7.12%를 모두 전날 장내 매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 종전부터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고 3일 2.17%를 추가 확보해 지분을 늘린 것이라 정정공시 요청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공시규정에 따르면 보유지분이 5%를 넘어가면 5일 이내에 보고를 해야 한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