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대표 백희종)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TV·모니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나선 이 회사는 대기업 의존 비즈니스 한계를 인지하고 과감한 변화에 나섰다. 기존 전자레인지 제조라인에 30억원을 투자해 TV와 모니터 완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에는 독자브랜드 ‘인아큐브(INACUBE)’를 론칭하고 완제품 생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요 타깃은 모텔, 병원, 학교, 헬스클럽 등 대기업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인아는 프레스 금형 및 부품 생산, 분체도장 등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부대우전자 백색가전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대기업 단가인하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광주지역 전자부품업계가 업종전환과 체질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단순 부품조립이나 하는 대기업 납품 비즈니스 모델로는 매출성장은 커녕 채산성만 악화돼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지역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와 독자 제품 생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씨엔티(대표 유시풍)는 미니 벽걸이 세탁기 등 끊임없는 신기술개발과 매출 15%에 달하는 R&D 투자로 독자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씨엔티는 금형부품, 가전·전자제품 전문기업으로 평형장치(Balance weight)를 기반으로 한 세탁기 부품, 벽걸이 세탁기, 농산물 건조기, 대형 선풍기, 목재 펠릿 난로와 스토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특허 5건을 보유하고 다수의 실용신안등록도 마쳤다.
특허 중 두 건은 세탁기 구동에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평형장치 건이다. 이 분야 독보적인 기술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여년간 대우일렉트로닉스에 냉장고 도어를 납품한 프로맥엘이디(대표 정선태)는 LED시장에 진출, 성공한 사례다. 지난 2009년 LED조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과감한 투자와 특허출원, R&D에 사운을 걸고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프로맥엘이디는 지난해 100억원을 들여 첨단산단 2지구에 최첨단 LED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올 초 국내 대기업 A사와 OEM방식으로 30억원 규모로 실내조명등 6만여개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대기업 B사와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필드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 납품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에어컨과 냉장고부품 제조기업인 태일전자(대표 홍종성)는 최근 차량용 컨버전스 라이팅시스템과 나노급 필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력 업종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04년 광주하남산단에서 문을 연 이 회사는 전자부품 단가하락과 채산성 악화라는 위기상황을 과감한 R&D투자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2008년 부설연구소를 열고 매출액 2% R&D 투자와 매년 1회 신제품 출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올해 20억원을 들여 최첨단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지난해 자체개발한 ‘보아빔’은 주차테러방지를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2만여대가 팔려 나갔다. 지난 4월에는 차량안전보조라이트와 휴대폰배터리, 랜턴기능을 결합한 기술혁신제품 ‘커서빔’을 출시했다. 광주과학기술원 ‘T-나노섬유 필터’ 기술도 이전받아 자체 브랜드로 올 하반기 신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대신전자(대표 박정일)는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광의료시장에 진출한 케이스다. 세탁기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한국광기술원 기술이전을 통해 두피진단과 스킨케어, 스마트신발 R&D를 진행 중이다.
지역산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2017년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이 완공되면 냉장고, 세탁기 등 광주에서 생산되던 백색가전라인이 대거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며 “지역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맞춤형 지원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광주전자부품업계, 업종전환 현황
*출처 : 각사 취합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