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지난 4월 25일 참혹한 재앙이 발생했다. 이번 대지진으로 지금까지 8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명 넘게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7.9 강진과 10시간 가까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60여차례 여진이 남긴 피해는 현재 정확히 추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네팔 대지진은 어느 정도 예고된 재앙이었다. 과거 30만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참사 직후 대다수 지진 전문가는 ‘다음 차례는 네팔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진 규모도 8.0인 강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과거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네팔이 거론된 이유는 거대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 위치한 나라는 지진이 잦을 수밖에 없다. 히말라야는 두 지각판이 부딪히며 떠밀려 올라가 생겨난 산맥이다.
실제 네팔 지역은 지금까지 수많은 대지진을 겪었다. 1934년에 일어난 규모 8.2 강진으로 1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1988년 규모 6.8 지진으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1993년부터 2011년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이번 지진이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지진 강도가 세기도 했지만, 진앙지가 지표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미 지질조사연구소(USGS)에 따르면 네팔 지진이 발생한 위치는 지표면에서 불과 15㎞ 정도 깊이였다.
또 다른 이유는 건물 대부분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카트만두는 네팔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건물이 흙벽돌로 지어져 지진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네팔 건물이 내진 처리가 되지 않은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이 모자라면서 단시간에 지어졌고, 소득 수준이 낮아 건물 안전에 많은 비용을 쓸 수가 없던 점 등이 있다. 행정규제가 허술해 내진설계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 역시 피해를 키우는 데 한 몫 했다. 아이티 대지진 이후 세계 학자들이 대지진 위험을 경고했을 때도 네팔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진이 채 사라지기도 전인 지난 5월 12일 규모 7.3 강진이 또 다시 이 지역을 덮쳤다. 전문가들은 네팔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지진이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할 대지진 전주곡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뉴질랜드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호주 지진 전문가 케빈 맥큐 박사는 “지질 활동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큰 지진이 조만간 발생할 것을 경고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7일 뒤 규모 9.0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열도를 강타했다.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진과 화산활동이 자주 일어나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최근 잇달아 불을 뿜기 시작했다.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지난 4월 30일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고, 연이어 비슷한 규모인 6.8 강진이 재발해 한때 쓰나미 경보까지 내려진 바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4월 13일 규모 6.6 강진이 발생해 고속철도인 신칸센 일부 노선이 운행 중단됐고, 이틀 뒤인 15일에도 후쿠시마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다.
불의 고리에 속한 지역에서 지진이 연달아 이어지자 호주 지질학자 조너선 바스게이트 박사는 “불의 고리와 관련된 지역의 땅 밑은 지금 매우 활동적인 상태로 보인다”며 “빠르면 수개월 안에 이 지역을 중심으로 더 큰 지진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