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는 채찬병 교수팀의 ‘다중 입출력 분자통신 시스템 알고리즘 개발 및 실험 검증’을 대표 기술로 꼽았다. 통신을 전파가 아닌 분자로 한다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간단히 정보를 전파가 아닌 미세한 화학물질에 실어 보내는 걸로 이해하면 된다. 인체 신경세포 간 통신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전파 통신이 위상이나 진폭, 주파수 등에 변화를 주어 정보를 전달했던 것처럼 분자 통신은 농도와 종류, 도달 시간 등을 조절한다.
사물인터넷(IoT) 발달로 송신기와 수신기가 초소형화되면서 전파 통신보다 분자 통신이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는 전송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단일 입출력 시스템을 다중 방식으로 개발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소형 장비도 함께 개발했다.
송신기와 수신기가 각각 2개까지 지원하며 전송 분자 수나 간격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매개체는 에틸알코올을 이용했다. 휘발성이 높아 분자 이동이 활발하다는 데 착안했다.
검증 결과는 전반적으로 다중 입출력 방식을 사용하면 단일 입출력에 비해 약 1.7배 전송 속도가 향상됐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IEEE INFOCOM 2015에서 최우수 데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채 교수팀은 적은 에너지로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무한대라고 설명했다.
팀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다중 전송방식을 개발해 분자 통신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최근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인공 장기 간 통신 방식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석사과정
“우리나라가 통신 강국으로 재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석사과정 이창민씨는 “분자 통신은 미래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석사과정이라고 하기에 앳된 얼굴이다 했더니 스무 살을 갓 넘겼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내친 김에 대학도 일찍 마쳤다. 영재다. 세계 최초로 분자 통신 속도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장비를 직접 개발한 것도 이해가 간다.
이씨는 “분자 움직임 특성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읽어내는 게 핵심”이라며 “상용화하는 데 성공해 미래 통신 기술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자 통신은 방향성이 없고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분자에 정보를 실어 나르는 기술이다 보니 장애가 없다. 물속에서도 통신이 가능해진다. 분자가 지나갈 틈만 있으면 통신이 되는 것이다. 재난 현장에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씨는 “분자 1개에 DNA를 담아 보내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기술 개발이 끝나면 인류의 모든 정보를 물방울 하나에 담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논리에 통신 분야에서는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이 확대될수록 전파 통신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분자 통신은 시작 단계로 상용화 단계를 거쳐 널리 쓰이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에너지가 덜 들고 정보량이 적은 통신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