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맞추기 논란을 빚었던 기술금융이 ‘대출’에서 ‘투자’로 무게중심을 이동한다.
기술신용(TCB)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기업에 투자하는 2000억원 상당의 펀드가 조성된다. 신용대출과 신생기업으로 더 많은 기술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2금융권으로 기술신용평가대출이 확대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8일 기술금융 내실화를 위해 대출 중심 기술금융을 투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은 ‘기술금융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신용정보(TCB) 평가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기업 성장 가능성을 평가함으로써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술금융 창구를 둘러보고 있다.
투자형 TCB 평가 결과 활용을 위해 기업 기술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연내 조성하기로 했다. 우수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해 투자하고 기업 부실 발생 시 이를 매입해 주는 특허관리전문금융사(NPE)형 IP 투자펀드도 만들 예정이다.
시장에서 직접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채권담보부채권(P-CBO)을 발행할 때 기업평가 과정에서 TCB를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수한 TCB 평가 기업은 코스닥과 코넥스 상장 시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은행의 신용대출·초기·우수기업 지원 및 질적 평가도 확대된다. 은행에 대한 기술금융 대출 평가 때 신용대출 평가 비중을 늘리고 우수기술 평가 기업이나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 실적에는 가점을 주기로 했다.
기술금융 평가에서 양적 평가 비중을 축소(40→30%)하고 정성평가(25→30%) 등 질적 평가 비중을 확대한다. 기술신용평가 신청 시 우선 평가를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평가를 마치도록 하는 등 평가 속도는 더 올리기로 했다.
TCB 활용 영역도 확대한다.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권도 TCB로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조달이나 연구·개발(R&D)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TCB 평가결과를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제도 개선안이 정착되면 연간 20조원 규모 기술신용대출이 실질적으로 지원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전체 중기대의 3분의 1, 2020년부터 중기 대출 전반에 기술력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로 인한 기업단계별 기술금융 생태계 조성도 기대했다.
금융위가 지난 4월 13일부터 한 달여 동안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기술신용대출 상위 8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3만9685건에 25조8000억원 상당의 기술금융 자금이 지원됐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